184 최근 한국말을 배우는 일본 청소년들의 한국어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요즘 일본 젊은이들의 한국어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한국의 영화나 텔레비전 등에서는 아직도 일본 사람이 한국말을 하는 장면에 “했스무니다”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정형화되어 있다시피하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일본 사람을 묘사하는 것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 같다. 적어도 최근 한국말을 배우는 일본의 청소년들에게는 말이다.

일요일인 12월22일, 민단 오사카본부 강당에서 오사카한국교육원과 민단 오사카본부가 공동 주최한 ‘제13회 한국어로 즐기자 고등학생대회’가 열렸다. 간사이지역에서 제2 외국어로 한국어를 채택하고 일본 고등학교 등의 학생들이 참가해, 한국어 실력을 겨루는 대회이다. 개인적으로 그동안 많은 다양한 행사에 참석했으나 정작 한국어 경연대회에는 가본 적이 없어, 작심을 하고 참석해 3시간 동안 진행된 경연을 줄곧 지켜봤다.

종목은 크게 변론과 예능으로 나뉘어 있는데, 한국어 실력을 겨루는 것이기 때문에 평가는 종목을 구별하지 않고 한다. 올해 대회는 변론이 8팀, 예능이 7팀 모두 15개팀 40명이 참석했다. 종목의 성격상 변론은 주로 개인이 나왔고, 춤과 노래, 연극 등으로 구성된 예능은 모두 단체 참가자다.

15팀 중 첫 발표자가 나와 말을 할 때부터 대회장의 분위기가 술렁였다. 특히 민단 관계자들이 크게 놀라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재일동포들이 한국말을 하는 것보다 일본 학생들의 한국어 실력이 훨씬 유창하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일본 사람의 한국어 발음이 아니라 본토의 한국 발음을 방불케 했기 때문이다. 발표가 계속 진행할수록 이런 경향이 어느 한 팀의 특징이 아니라 보편적 흐름이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 한 팀은 부산 사투리까지 동원해 발표를 했다.

여러 학생의 발표에서도 나왔지만, 이들이 한국말을 교과서가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 케이팝을 통해 배운 덕이 큰 것 같다. 한국의 노래나 배우의 대사를 듣고 보면서 배웠으니 발음뿐 아니라 상황 적응력이 예전에 책으로 배운 사람들에 비할 바가 아니다.

참가 일본 학생들의 발표를 보니,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단지 말을 배우는 게 아니라 한국의 문화, 역사를 이해하는 데로 발전하고, 더 나아가서는 자신의 삶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었다. 처음 한국어를 배우게 된 것은 케이팝에 빠지거나 어머니와 함께 한류 드라마흘 보면서, 또는 한국 수학여행을 가면서 등등으로 다양했다. 하지만 한국어를 배우는 게 계기가 되어 한국의 대학으로 유학이 결정되었거나 앞으로 유학을 가겠다는 학생, 한일의 가교 역할을 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학생이 많았다.

최우수상은 ‘언어 공부에 있어 소중한 것’이라는 변론을 한 오사카시립니시고등학교 3년생 야스다 슈나 학생이 차지했다. 이날 대회에는 경연에 참가한 학생을 포함해, 지도교사, 가족 등 100여명이 수상 여부에 관계없이 내내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호흡을 같이했다.

몇 년 동안 대회를 지켜본 사람들은 해가 갈수록 일본학생들의 한국어 실력이 몰라보게 느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마 일본학생들의 한국말 실력에 가장 기뻐하면서도 긴장하는 사람들이 재일동포들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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