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 상전벽해[桑田滄海]가 된 오사카 한국문화원

4월27일부터 5월6일까지 10 연휴가 끝났다. 일을 하면서 휴가가 아니고 열흘을 연속해 쉬는 것은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덕분에 긴 휴가를 통해 심신을 충전하고 7일부터 다시 일을 시작했다. 휴식은 필요하고 좋긴 하지만, 한번에 너무 오래 쉬는 것은 다시 일을 시작하는 데 부담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9일 오후엔 오사카 한국문화원의 ‘신장개업’ 행사가 있었다. 오사카문화원은, 이른바 ‘김대중-오부치 선언'(1998년)의 이듬해인 99년 3월 미

도스지의 오사카총영사관 안에 개설되었다. 이후 2007년에 지금의 장소인 나카자키초의 오사카민단 건물 안으로 이사를 갔다.

문화는 부드럽고 밝은 인상을 줘야 하는데, 민단 안의 문화원은 시설이 오래된 탓도 있어 어둡고 칙칙한 인상을 준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에 거금을 들여 분위기를 밝고, 한국적인 특성과 현대성을 동시에 나타낼 수 있도록 대대적인 개조를 했다. 이전에 문화원에 가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문화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상전벽해가 된 문화원을 만날 수 있다.

일단 전체 분위기가 밝아졌다. 공동시청을 할 수 있는 대형 평면 모니터와 사이너지 광고판, 국립현대미술관의 작품을 중계로 볼 수 있는 모니터가 눈에 띈다. 그리고 벽면에 한국의 예술, 문화를 상징하는 도자기, 공예품, 케이팝 스타의 이미지 등이 잘 전시되어 있다.

이날 신장개업 행사에는 동포뿐 아니라 예술, 문화, 언론계 등에서 활약하는 일본인 등 1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들도 모두 완전히 바뀐 문화원 분위기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나는 인사말을 통해 “최근 한일 양국이 역사인식 문제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있지만, 문화교류는 어느때보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런 것을 보면서 ‘문화의 힘’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지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새로 개장을 한 것을 계기로 오사카문화원이 간사이지역에서 일본 전국을 향해 한국문화와 한일우호를 더욱 강하게 발신하는 장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은 마침 한일 양국의 미술가들이 10년 넘게 이어온 ‘한일 우호 아트페어’ 개막식도 함께해 문화를 통한 한일우호 강화의 분위기를 돋구었다. 또 행사 뒤 교류회에서는 김밥, 나물, 잡채, 떡, 불고기 등의 풍성한 한국음식이 모두를 즐겁게했다.

그릇이 아무리 좋아도 내용이 엉터리면 없어보이듯이, 화려한 치장을 한 채 재출발하는 문화원도 그에 값하는 내용이 중요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고 본다. 좋은 그릇이 마련된 만큼 좋은 내용을 채우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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