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 CEAPCS에서 대면과 비대면을 혼합한 방식으로 강연

12월22일, 교토의 리츠메이칸대학 동아시아평화협력센터(Center for East Asian Peace and Cooperation Studies: CEAPCS)의 초청을 받아 강연을 했다. 제목은 ‘한일관계와 간사이’로 했다.

코로나 감염 확산 때문에, 대면과 비대면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강연을 했다. 강연의 형식도 내가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질문을 받는 것이 아니라 대담자와 대담을 하는 것으로 했다. 일방향보다는 쌍방향이 긴장감도 있고, 청중의 흥미도 끌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대담 방식을 제안했다. 물론 내가 사전에 긴 원고를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얄팍한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막상 강연 날이 닥치니, 긴장이 고조되었다.

우선 대담자와 관련해 두 가지가 긴장의 수위를 높였다. 대담자는 재일동포 3세로 재일한국인 문제 연구자인 김우자 리츠메이칸대학 준교수였다. 그런데 대담 하루 전날 오전까지 대담자가 물을 질문이 도착하지 않았다. 자칫하면 어떤 질문이 나올지도, 상대가 어떤 공격을 해올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경기에 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들었다.

두번째는, 김우자 준교수의 질문이 전날 오후 도착하고 나서의 고민이다. 질문서를 보니, 에이4 용지에 5장에 작은 글씨로 빽빽하게 쓰여 있었다. 이번 강연이 나의 책 출판을 계기로 한 것도 있는데, 나보다고 더 꼼꼼하게 책을 일고 텍스트 분석을 해 여러 질문을 보내왔다. 이건 대담이 아니라 고문이 되겠네 하는 걱정이 들었다.

또 한가지 걱정은 청중의 수준이었다. 나는 학부생이 주요 대상이지 않을까 짐작했는데, 막상 가보니 한국 관련 교수 연구자 등이 대부분이었다. 자칫 근거가 약하거나 논리가 부족한 얘기를 했다간 망신 당하기 십상이었다.

대담은 오후 3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이어졌다. 재일동포 정책, 한일 사이의 문화 및 학술 교류의 의미, 재일동포에 대한 기대, 조선학교 문제, 한일관계를 포함한 동북아 정세 등 종횡무진의 질문이 쏟아졌다. 나는 되도록 피하지 않고 솔직하게 답하려고 노력했는데, 참석자들이 어떻게 느꼈을지 모르겠다.

대담이 끝난 뒤는 직접 참석한 사람과 온라인 참가자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시간을 1시간 정도 가졌다. 한류 붐의 원인과 이것이 한일관계에 주는 영향부터 코로나 감염에 관한 협력, 일본 안의 시민운동의 방향 등 다양하고 어려운 질문이 나왔다.

1부 대담과 2부 질의응답까지 2시간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 모를 정도로, 한편은 긴장되었고 또 한편으로는 자극이 되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나도 생각이 더욱 정교하게 정리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여하튼 연말에 뇌 운동을 진하게 한 2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