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 일본의 비판적인 지성 우치다 다쓰루(内田樹) 선생

요즘처럼 외교 활동이 전면적으로 멈춰선 적이 언제 또 있었을까. 물론, 전쟁 때도 작동한다는 외교 활동을 방해하고 있는 범인은 ‘코로나 19’이다.
5월13일자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미 일본에 부임했으나 천황에게 신임장 제정을 하지 못해 대사로서 공식 활동을 하지 못하는 나라가 둥가, 르완다 등 5개국이다. 또 대사 등 해외 근무 인사명령을 받고 주재국에 나가지 못하거나 귀임 명령을 받고도 귀국하지 못하는 일본 외교관이 수십 명에 이른다고 한다.
코로나 감염 사태로 비행편이 끊어지거나 이동이 제한되고 있기 때문인데, 이런 일이 어디 일본 한 나라의 특수한 일이겠는가. 인사에 따른 이동 말고도 부임지에서 근무하는 외교관들의 활동도 크게 제약 받고 있다.
코로나 긴급사태가 내려져 있는 오사카도 예외가 아니다. 가급적이면 접촉을 피하라는 지시 때문인지 미리 잡혔던 주재국 사람들과 약속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직원들도 감염 방지를 위해 교대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얼굴을 오랫동안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13일 귀한 손님을 만났다. 한국에도 최근에 많이 알려진, 일본의 비판적인 지성 우치다 다쓰루(内田樹) 선생이다.
최근 출판된 <원숭이화 하는 세계(サル化する世界)>를 읽고 공감하는 바가 많았는데, 근자에 다시 그가 주도해 엮은 <길거리의 일한론(街場の日韓論)>이란 책이 나왔다. 그를 포함해 11명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쓴 글을 모은 것인데,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글이어서 생동감이 있고 구체적인 게 특색이다.
마침 필자 중에 알고 지내는 이지치 노리코(伊地知紀子) 오사카시립대 교수 등 몇 사람이 있고, 우치다 선생이 사는 곳이 고베여서 꼭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지치 교수한테 부탁을 했더니 곧바로 13일로 약속이 잡혔다는 연락이 왔다.
가이후칸(凱風館)이라는 합기도(合気道) 도장(우치다 선생은 합기도 7단의 무술인이기도 하다) 겸 자택으로 가서 만난 뒤 점심까지 포함해 3시간 동안 즐겁게 대화를 나눴다. 최근의 코로나 사태를 비롯해, 간사이 지역의 재일동포 문제, 한국정치, 한일관계 등 자유롭게 화제를 옮겨가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이야기를 나눴다. 더 못 나눈 얘기는 코로나가 좀 잠잠해진 뒤 다시 만나 나누기로 하고 돌아왔다.
우치다 선생은 프랑스 사상이 주 전공인데, 거의 모든 사회 현안에 관해 비판적인 시각에서 정력적으로 발신을 하고 있다. 저술만 해도 단독 및 공저를 포함해 수십 권이나 된다. 한국에도 벌써 10여권이 번역되었다고 한다. 우치다 선생은 무술로 다져진 때문인지 70살인데도 젊은 청년 못지 않은 다부진 체격을 유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깊숙한 눈매에는 지성미가 넘쳐 흐른다.
오늘은 우치다 선생과 만남을 통해 코로나로 지쳐 있는 심신에 기를 듬뿍 충전 받고 왔다는 느낌이 든다. 간만의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