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 쇼소인전(正倉院展), 중궁사 반가사유상(半伽思惟像)

일본 나라시에 있는 나라국립박물관에서는 매년 10월 말에 쇼소인전(정창원전)이 열린다. 쇼소인은 도다이지(동대사) 안에 있는 일본 황실의 보물 창고이다. 나라시대에 지어진 나무 건물로, 나라시대의 보물 등 9천여 점이 보관되어 전해져온다고 한다.

나라국립박물관이 일본 황실의 협조를 얻어 매년 수십 점을 선별해 일반에게 공개를 하는데, 이것이 쇼소인전이다. 올해가 71회째로 10월26일부터 11월14일까지 쉬는 날 없이 열린다. 올해는 새 천황이 즉위하는 것을 기념하는 의미가 있다. 그런 뜻에서 올해는 특별하게 도쿄국립박물관에서도 즉위기념특별전 「쇼소인의 세계-황실이 지켜 전하는 미」(10월14일~11월24일)이 동시에 열린다.

나라에서는 41점이, 도쿄에는 43점의 보물이 전시된다. 두 군데로 나눠 전시되기 때문에 나라에 출품되는 보물은 평소보다 줄었다. 황실의 쇼소인 담당자는 “전시 품 수는 줄었지만 질은 어느때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한다”면서 “도쿄에 출품된 보물이 미슐랭 최고 수준의 이탈리아 음식이라면, 나라의 출품작은 최고급 카이세키 요리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월 25일 열린 쇼소인전 개막식 및 초대객 사전 관람 행사에 참석했다. 지난해에는 다른 나라 총영사도 몇 명 보였는데, 올해는 날씨가 궂어서 그런지 총영사로서는 유일하게 참석했다. 덕분에 개막식 내빈 인사 때 가장 먼저 소개를 받았다.

올해 출품 보물 중에는, 지난해와 달리 한반도와 직접 관련된 보물은 없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신라시대 가야금을 비롯해 몇 점이 출품되어 큰 주목을 끈 바 있다. 대신 올해는 지난해보다 훨씬 자세한 한글 작품설명이 작품마다 붙어 있었다.

이날 개막식이 오후에 열려, 오전에는 2016년 한일국교 50주년 기념으로 열린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 전시회에 일본의 대표로 나온 목조 반가사유상이 있는, 나라 이카루가초의 쥬구사(중궁사)를 방문했다. 백제의 온화한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반가사유상도 가까운 거리에서 자세히 관람하고, 히노니시 고손 주지 스님과 한일 문화교류의 오랜 역사와 중요성에 관한 이야기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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