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 한일관계를 어떻게 극복할까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7월 23일, 시가현의 나가하마시 다카쓰키초의 아메노모리자치회(雨森芳洲自治會) 마을을 다녀왔다. 오사카에서 승용차로 쉬지 않고 두 시간을 가야 하는 먼곳이다.

이 마을은 임진왜란 이후 일본 에도(江戸) 정부와 조선의 화해 친선을 위해 노력한 아메노모리 호슈(雨森芳洲 1668-1755)가 태어난 곳이다. 아메노모리는 이곳에서 태어났지만, 주로 활동은 에도와 쓰시마(對馬) 등에서 했기 때문에 정작 이곳에 산 기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래도 이곳 마을 사람들은 마을이 아메노모리 호슈암을 지어서 마을이 배출한 인재의 뜻을 잘 이어가고 있다. 이 건물에는 그가 참여하기도 한 조선통신사 기록뿐 아니라, 그가 지은 한국어 교본, 조선통신사 관련 미니어츄어 인형 등을 전시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한일 사이에 “서로 싸우지 않고 속이지 않으며 성심성의로 사귀어야 한다”는 아메노모리 호슈의 성신외교의 정신을 이어받아 지금도 한일 청소년 교류 등에 힘을 쏟고 있다는 것이다.

아메노모리 호슈는 당대의 가장 뛰어난 조선 전문 외교관이자 지식인이었다고 한다. 한국말뿐 아니라 문화에도 정통했고 조선 관리, 지식인들과 교류도 깊었다고 한다. 그는 임진왜란 상처 치유 및 우호친선 차원에서 1607년부터 1811년까지 모두 12차례 실시된 조선통신사 때 두 번 동행하기도 했다.

이날 이곳을 방문한 것은 지난해 이맘 때 방문했을 때 마을 사람들과 약속 때문이다. 20여년 전부터 한국에서 학생들이 찾아와 이곳 학생들과 교류를 하고 있는데 격려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이 있었고, 나도 흔쾌히 그러겠노라고 약속했었다.

이날은 최근 파고가 높아지고 있는 한일갈등 속에서도 한국의 학생 30여명이 찾아왔고, 현지의 도라히메고교생 10여명이 한글 펼침막을 들고 이들을 따뜻하게 맞이했다.

평소 정치 갈등은 갈등대로 풀어나가면서 다른 부분의 교류는 더욱 활성화해 나가자고 말해온 나로서는 아베 총리의 ‘선을 넘은 경제보복’이 민간교류까지 악영향을 몰고온 지금의 상황이 착잡히기 이를 데가 없다. 하지만 긴 안목에서 보면, 분명히 정치에 흔드리지 않는 민간 교류는 활성화되어야 하고, 특히 청소년의 교류는 더욱 의미가 있다고 본다.

나는 양국 학생들 앞에서 아메노모리 호슈의 정신을 되새겨 보면서, 지금 어려운 한일관계를 어떻게 극복할까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 먼 귀가길을 생각해 학생들이 대화를 나누는 것은 보지 못하고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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