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 자유 저널리스트 클럽에서 대담 형식으로 의견교환

간사이지역에 자유 저널리스트 클럽(Journalists’ Club for Liberty: JCL)이라는 단체가 있다. 1987년 고베의 니시노미야에 있는 아사히신문 한신지국에 우익단체 회원으로 추정되는 범인이 침입해, 총으로 지국에 있던 기자 2명(1명 사망, 1명 부상)을 살상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간사이 지역의 기자들이 언론자유 수호를 위해 만든 단체이다.

결성 당시에는 젊은 현역 기자들이 중심이었으나, 지금은 대부분의 회원이 퇴직 언론인이라고 한다. 그래도 매달 인권, 평화, 환경 등 일본 안팎의 주요 현안에 관해 전문가 등을 초청해 강연회를 하는 등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젊은이들보다 훨씬 비판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행동하는 일본의 ‘실버 데모크라시’의 단면을 보여주는 단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11월 20일 이 단체의 초청을 받아 연사로 참석했다. 원래는 나의 부임 이래 2년7개월 동안의 활동을 돌아보면서 일본군위안부 문제, 강제동원 노동자 문제, 스가 정권 출범 뒤 한일관계 전망 등에 관해 강연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러나 일방적인 강연보다는 대담 형식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 나의 제안에 따라, 하사바 기요시 전 아사히신문 서울 특파원과 2시간여 동안 대담 형식의 강연을 했다. 코로나 감염의 급확산의 여파로 참석자 20여명 정도의 조촐한 모임이 됐지만 내용은 매우 밀도가 있었다.

반 비공개 모임이어서 비교적 자유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서로 솔직한 얘기를 교환했다. 부임한 뒤 가장 힘쓴 일에 대해 묻길래, 평가는 어떨지 모르지만 동포들이 무섭게, 다가가기 어렵게 느껴왔던 총영사관을 동포들에 친근한 봉사기관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위안부와 강제동원 문제에 관해서는 일본에서는 일본의 논리만 일방적으로 전해지고 한국의 논리는 거의 무시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한국의 논리를 나름대로 자세하게 설명했다. 특히, 일본 정부는 강제노동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몰아치고 있는데, 어떤 점에서 그런지 설명이 없기 때문에 한국 때리기의 선동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양쪽의 역사갈등은 현재 너무 격차가 크기 때문에, 협력할 수 있는 분야는 협력하면서 장기적으로 해결해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외에도 한일관계, 북미관계, 남북관계, 한류붐, 민족교육, 이쿠노코리아타운, 최근 출판한 <총영사 일기> 등 다양한 주제의 얘기가 대담과 이후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왔다. 대담을 시작하기 전에는 어떻게 2시간을 보내지, 하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했으나, 얘기를 하다 보니까 금세 시간이 지나갔다. 아쉽게도 코로나 여파로 2차 모임은 하지 못했으나 솔직한 대화를 통해 서로 한 발 더 가깝게 다가섰다는 느낌이 든 행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