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 윤동주 시인이 옥사한 2월16일에 열리는 추모행사

1945년 2월16일은 윤동주 시인이 수감 중이던 일본 후쿠오카형무소에서 옥사한 날이다. 교토에서는 윤 시인이 숨진 날을 전후해, 그를 추모하는 행사가 매년 열린다. 윤 시인이 다니던 도시샤대학 교정에서는 그가 숨진 날 이전의 토요일에 추모 행사를 하고, 윤 시인의 하숙집 앞(지금은 교토조형예술대 캠퍼스 앞)의 추도회는 숨진 당일에 하는 게 관례다.

그런데 올해는 마침 2월16일이 토요일이어서, 도시샤대 추모회가 16일 열렸다. 묘하게도 교토조형예술대가 주최하는 추모회는 16일이 토요일이어서 학교가 쉬는 바람에 하루 전인 15일에 열리게 됐다.

이런 사정으로 연 이틀 교토에서 윤동주 추모회가 열렸고, 나는 모두 참석했다. 또 14일에는 오사카총영사관과 한국산문작가협회가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윤동주와 이바라기 노리코의 만남’을 기리는 행사를 오사카에서 공동 개최했다. 이바라기 시인은 오사카에 출생한 여성 시인으로, 그가 윤동주 시인에 관해 쓴 글이 지금도 일본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려 있다.

나는 당연히 주최자로서 이 행사에도 참석했는데, 이것까지 포함해 연속으로 3일 동안 윤동주 행사에 갔다. 사흘 동안 행사에 참가하면서 윤 시인에 관해 듣고 배운 것이 이제까지 알고 있던 것보다 더욱 많을 만큼, 윤동주 집중 강의를 받은 셈이 되었다. 그것도 한일 양국에서 최고로 꼽힐 만한 윤동주 연구자, 전문가들의 강연과 얘기를 통해 윤 시인과 일본에 얽힌 많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본 고등학교용 검정 국어교과서(치쿠마쇼보)에 어떻게 윤동주의 서시 등의 시가 담긴 이바라기 노리코의 글이 1990년부터 실리게 됐는지(당시 치쿠마쇼보 편집자였던 노가미 다츠히코의 16일 도시샤대 강연. 자세한 얘기는 길어서 생략), 도시샤대 설립자인 니시마 죠를 기념하는 상징물조차 없는 도시샤대에 2005년 윤동주 시비가 세워지게 된 뒷 얘기, 도시샤대의 채플 강당 앞에 세워진 시비가 한반도 쪽인 서쪽을 향해 있고, 시비의 북쪽엔 진달래, 남쪽엔 무궁화가 심어졌다는 사실을 관계자들로부터 들었다.

14일의 행사에서는 그저 윤동주 시인을 일본 교과서에 소개한 시인으로만 알고 있던 이바라기 시인이 일본 안에서 가장 반전, 평화에 철저했던 엄청난 시인이라는 걸 배웠다. 또 70년, 80년대 엄혹한 시절에 두 형을 한국의 감옥에 두고 있던 서경식 도쿄경제대 교수가 이바라기 시인의 시와 만나고, 그를 계기를 시인과 직접 만났던 이야기는 눈물없이 들을 수 없는 역사의 한토막이었다.

세 행사를 통해 절감한 것은, 요절한 한 불행한 시인의 삶과 시가 지금도 살아서 여전히 한일 시민 연대의 강한 끈으로 작용하고 있고, 후세 사람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경종을 울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세 행사 때 각기 인사말을 부탁받고, 3.1운동 100주년에 맞는 해에 열리는 윤동주 추모행사가 더욱 의미가 깊다고 본다면서, 한일 사이의 관계가 좋지 않은 때일수록 3.1운동과 윤동주 시에 공통하는 평화, 비폭력, 인도주의를 살려 한일 우호를 위해 노력하자는 취지의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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