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7 네트워크와 리포트

<오사카 통신>을 닫으며.

2018년 4월 부임 이래 3년여 동안 운영해오던 <오사카 통신>의 문을 닫을 때가 되었다. 귀국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어서, 잡무 정리 외에 총영사로서 발신할 공적인 내용도 이젠 거의 없다.

재임 기간을 되돌아보면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일이 있었지만, 일일히 기억을 소환하지 않으려고 한다. 다만, 그동안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일해왔는지는 남기고 싶다. 생각해 보니, 지난해 10월 출간한 <총영사 일기>의 머릿말이 가장 적절한 것 같다.

그 글로 <오사카 통신>의 폐간사를 대신한다. 원래 한글로 먼저 작성한 뒤 일본어로 번역해 책에 실은 것인데, 여기에 한글본과 일본어본을 모두 올린다.

그동안 나의 미미한 글을 읽고 격려해준 한-일의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나는 ‘주오사카대한민국 총영사’로 임명되기 전까지 약 32년 동안 신문기자로 일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병역의무를 마친 뒤 들어간 첫 직장이 신문사였고, 신문사를 그만둔 뒤 다른 정규직을 거치지 않고 바로 오사카 총영사로 임명되었다. 그러니 나에게 신문기자는 첫 직업, 총영사는 둘째 직업인 셈이다.

저널리스트에서 공관장(대사 또는 총영사)으로 직접 전직하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흔치 않은 일일 것이다. 한국에서도 신문기자가 정부의 관료에 발탁되어 일한 뒤 공관장이 된 경우는 있지만, 나처럼 바로 공관장이 된 사례는 없는 것 같다.

저널리스트와 공관장은 어떤 면에서 일의 방향성이 역이다. 저널리스트의 역할이 정부의 밖에서 정부가 하는 일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인 데 비해, 공관장은 정부의 정책이나 방침을 주재국 정부나 국민에게 전파하고 설명하는 일을 주로 한다. 저널리스트가 ‘정부 밖의 감시자’라면 공관장은 ‘정부 안의 행위자’라고 할 수 있으니 변신의 폭이 작지 않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나는 2017년 7월부터 5개월 동안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 위원장으로 일한 전력도 있다.

이런 특이한 배경과 경력 때문인지, 나의 오사카 총영사 임명에 관해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외교 경험이 전혀 없는 기자 출신”이라는 점에서 ‘낙하산 인사’라는 시각이 있었는가 하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비판적으로 검토한 태스크포스의 위원장을 맡은 경력이 한일관계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런 지적이 전적으로 맞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반응이었다고 생각한다. 돌아보면 오히려 이런 지적이 내가 총영사로서 해야 할 일을 더욱 선명하게 제시해주고, 더욱 열심히 업무를 하도록 분발하게 하는 자극제가 되었지 않았나 생각한다.

‘낙하산 공관장’, ‘반일 공관장’의 이미지를 탈피하면서 말이 아닌 행동으로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30여 년 동안 저널리스트로서 쌓은 경험과 식견을 활용해, 주재국 시민과 동포들에게 진실하게 다가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하고 자문자답했다. 이 책의 재료가 된 글도 그런 과정에서 나온 산물의 하나이다.

외교관 일을 하면서, 외교관과 기자가 하는 일이 다른 것 같지만 의외로 비슷한 구석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외교관은 주재국의 인사를 만나면서 중요한 내용을 본국에 보고한다. 영어로 말하면 ‘네트워크’ (network)와 ‘리포트’ (report)가 주요 업무이다. 기자도 사람을 만나 취재를 하고 그 결과를 기사로 보고하는 것이 주된 일이다. 네트워크와 리포트라는 점에서 일의 내용이 거의 비슷하다. 다만, 외교관이 동료 외교관이나 상사를 대상으로 보고서를 작성하지만 기자는 일반 독자를 상대로 기사를 쓴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었다. 외교는 외교관들끼리만 하는 ‘그들만의 리그’인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민주주의의 발전과 함께 외교 분야에도 시민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시민을 주체 또는 대상으로 하는 공공외교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요즘은 시민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외교관만의 폐쇄적인 외교교섭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국민의 대다수의 관심사인 사안일 경우가 그렇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5년의 한·일 일본군위안부 합의이다.

최근 한국정부가 공공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특히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공외교에 힘쓰고 있는 것도 이런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공관이 하는 외교 활동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공관이 하는 일을 주재국 국민과 동포들에게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알리고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효과적인 외교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으로 2018년 4월17일 오사카에 부임한 뒤부터 바로 총영사로서 하는 활동 가운데 공개해도 되는 내용을 페이스북에 <오사카 통신>이란 이름으로 투고하기 시작했다. 시민과 함께하는 외교가 아무리 중시되는 시대라고 하지만, 외교 활동 중에는 아직 밖으로 공개하지 못하는 일과 행사도 많이 존재한다. 그래도 공개와 비공개의 경계를 잘 구분해서 될 수 있으면 공개의 영역을 넓히려고 노력했다고 자부한다. 일반적으로 외교관이 외교활동에 대해 직접 공개 투고하는 것은 드물고 낮선 일이겠지만, 기자 출신인 나에겐 잘할 수 있고 익숙한 일이다. 더욱이 ‘외교관 순혈주의’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민간인을 공관장에 기용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하이브리드(잡종) 인사정책에도 이런 활동을 통해 조금은 긍정적으로 기여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오사카, 교토를 비롯한 간사이지역은 고대시대부터 한반도와 교류가 가장 먼저 시작되었고, 지금도 인적 교류가 가장 활발하고, 일본에서 재일동포가 가장 밀집해 사는 곳이라는 3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일본 전역에서 한일 우호와 협력의 잠재력이 가장 큰 ‘공공외교의 보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정부 사이의 공식적인 관계가 나쁘더라도, 아니 나쁠수록 간사이지역이 지니고 있는 이런 자산을 활용해 ‘간사이지역이 주도하는 한일우호 관계’를 만들고 싶었다. 간사이지역의 활발한 교류와 협력을 통해 나라와 나라의 갈등이 조금이라고 완화되길 바랐다. 재임하는 동안 일본의 지자체, 경제계, 학계, 언론계, 문화계의 인사들과 폭넓게 만나 깊게 듣고 얘기하려고 노력했다. 민단을 비롯한 다양한 동포 단체 및 동포들과도 함께 행사도 하고 식사도 하면서 기쁨과 어려움, 고민을 함께 나누려고 노력했다.

이 책은 내가 부임한 이래 2020년 7월 말까지 각종 활동을 하면서, 보고 느끼고 말하고 생각한 것을 일기처럼 기록한 글을 모은 것이다. 신문기자 출신의 초보 총영사가 관할지역(오사카부, 교토부, 시가현, 나라현, 와카야마현)을 무대를 발로 뛰면서 기록한 보고서라고 하는 것이 더욱 적절할 듯하다. 외교 일정이 연례적으로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주제가 겹치고 내용이 중복된 경우도 있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의 생각의 변화와 확장을 살펴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그대로 두었다.

총영사 재임 중에 책을 출판하는 것이 마음의 부담이 되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다는 주위의 권유에 따라 7월 말까지로 끊어 원고를 마감했다. 하지만 앞으로 재임하는 기간까지는 중단 없이 투고를 계속할 생각이다. 일반적으로 공관장의 임기가 3년 정도이므로 2021년 상반기까지는 페이스북이나 블로그(https//:ohtak.com)에서 글을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원래 출판을 염두에 두고 쓴 글이 아닌데 출판까지 오게 된 데는, 투고 초기부터 부탁도 하지 않았는데도 블로그까지 만들고 손수 일본어 번역까지 하면서 글을 차곡차곡 쌓아준, 도쿄특파원 시절 때부터의 지인 오구리 아키라 형의 힘(본문 65 참조)이 절대적이었다. 이 책의 일본어 번역은 극히 일부의 용어 및 문장 수정과 제목의 변경, 외에는 전적으로 그의 힘에 의존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한다. 전 아사히신문 서울특파원 하사바 기요시 형과 저술가 가와세 슌지 씨는 관할지인 오사카지역의 동방출판사에서의 출판을 주선해주었다. 출판 과정에서 원고와 사진을 자기 일처럼 꼼꼼하게 정리하고 살펴준 비서실의 김진실, 장정훈 비서, 그리고 동방출판사의 기타가와 편집자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또 항상 곁에서 ‘가차 없는 야당의 역할’을 해주고 있는 처 정현진에도 고마움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어려운 한일관계 속에서도 두 나라 시민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고, 한국과 재일동포 사회, 그리고 동포 개인 개인의 거리를 좁혀주는 접착제나 촉매제, 위안제가 되길 바란다.

2020년 8월 말일, 도지마강이 바라다 보이는 관저에서


私は、「駐大阪大韓民国総領事」として任命されるまで、約32年間新聞記者として働いてきました。大学を卒業し兵役を終えてから、初めての職場が新聞社で、新聞社を辞めてから他の職は挟まず、大阪総領事として任命されました。ですから私にとって新聞記者は最初の職業、総領事は二番目の職業ということになります。

ジャーナリストが、いきなり公館長(大使/総領事)へと転職することは、世界どの国においても稀な事例だと思います。韓国で新聞記者が政府官僚として勤めた後に公館長として任命されたケースはありますが、私のように記者から直接公館長に起用された例は、今のところないのではと認識しています。

ジャーナリストと公館長は、ある意味仕事の方向性が反対であると言えます。ジャーナリストの役割が、外部から政府を監視し、批判することである一方、公館長は政府の政策や方針を駐在国の政府や国民に伝え、説明することが主な任務となります。ジャーナリストが「政府外部からの監視者」だとするならば、公館長は「政府内部における行為者」ですから、置かれた立場の乖離が決して小さくはないでしょう。それに加え、私は2017年7月から5カ月間、「韓・日日本軍慰安婦被害者問題合意検討タスクフォース」の委員長を務めた経歴もあります。

このような珍しい背景や経歴ゆえなのか、私の大阪総領事任命に関し、韓国と日本両方から多くの関心が集まりました。「外交経験を持たない記者出身」という点から「天下り人事」という視線があったかと思えば、「2015年韓・日日本軍慰安婦合意」を批判的に検討したタスクフォースで委員長を務めた経歴が、韓日関係に負担になるという憂慮もありました。このような指摘が全面的に正しいとは言えないものの、世論としては十分にあり得る反応だったと思います。 今振り返ってみると、このような指摘のおかげで、私は自らが総領事としてするべきことがより鮮明になりましたし、また業務に対し、より一層励む刺激剤となったのではないかと思います。

「天下り公館長」、「反日公館長」というイメージを払拭させ、言葉ではなく行動によって成果を表すためには何をどうすれば良いだろうか。30年余りのジャーナリスト経験に基づいた識見を活かし、駐在国の市民及び同胞に対し、真心を以て歩み寄るのが最も望ましい方法ではないだろうかと自問自答しました。この本の材料となったFacebookの記事も、そのような過程において生まれた産物の一つです。

外交官として働きながら、外交官と記者の仕事は一見異なるように見えるものの、意外と似ているところが多いことに気づきました。外交官は、駐在国の要人と面会する中で、特に重要な内容は本国に報告をします。英語で言うと‘network&report’が主な業務です。記者も人に会って取材をし、その結果を記事として報告することが主な仕事です。

‘network&report’という点で業務内容が類似しています。ただ、外交官は同僚や上司を対象に報告書を作成するのに対し、記者は一般の読者を対象に記事を書くという点が異なるだけです。

しかし、世の中は今変わってきています。外交官達による、昔ながらの「内輪の外交」の時代は過ぎ去りつつあります。民主主義の発展と共に外交分野でも市民の声が反映されるようになり、市民を主体・対象とする公共外交(public diplomacy)の重要性は増しています。最近は市民の声が反映されていない外交官だけの閉鎖的な外交交渉は失敗する場合が多い傾向にあります。それが特に国民の大多数が関心を寄せている事柄の場合は言うまでもありません。代表的な事例が「2015年の韓・日日本軍慰安婦合意」です。

最近、韓国政府が公共外交(public diplomacy)の重要性を強調しており、中でも特に自国民を対象とした公共外交に力を注いでいるのも、このような変化を反映していることだと言えるでしょう。公館の外交活動にはいろいろあると思いますが、私は公館の行うことを駐在国の国民や同胞に、できるだけ広く周知し、共有することが、非常に重要かつ効果的な外交だと思います。

このような考えから、2018年4月17日、大阪赴任後すぐに、総領事の活動の中で公開しても大丈夫な内容を取り上げ、『大阪通信』というタイトルでFacebookに投稿し始めました。

市民と共にする外交が重要視される時代とは言え、外交活動の中には、公にできない仕事や行事も多く存在します。それでも公開と非公開との境界線をうまく区別し、できる限り公開可能な領域を広げる努力はしてきたと自負します。

一般的に、外交官が外交活動に関して直接公開・投稿することは珍しいですが、記者出身の私には慣れていることで、得意分野でもあります。同時に、私のこのような活動は、「外交官純血主義」の弱点を補う目的として民間人を公館長に起用しようとする文在寅政府のハイブリッド人事政策にも、肯定的に貢献できるのではないかと思いました。

大阪、京都を含む関西一帯は、古代から韓半島との交流が一番先に始まり、現在も人的交流が最も活発に行われ、日本の中で在日同胞が最も密集して暮らしている場所という3つの特徴を備えてます。このような点から、日本全国の中でも韓日友好及び協力に関する潜在力を最も秘めている「公共外交の宝庫」と言っても過言ではありません。私は政府間の仲が悪かったとしても、いやむしろ悪い時であるほど、関西の持つ魅力を活かし、「関西が導く韓日友好関係」を築き上げていきたいと思っていました。関西の活発な交流と協力を通して、国同士の葛藤が少しでも緩和されることを願いました。在任中、日本の地方自治体、経済界、学術分野、マスコミ、文化界の関係者など、幅広い要人の方々にお会いし、密度の濃い意見交換をするために努力しました。民団をはじめ、様々な同胞団体及び同胞達と一緒に行事や食事を共にしながら、喜びや悩み、苦悩に寄り添う努力をしました。

この本は私が赴任して以降、2020年7月末まで各種活動をしながら、見て、感じて、話して、考えたことを日記のように記録したものを綴ったものです。新聞記者出身の新米総領事が、管轄地域(大阪府、京都府、滋賀県、奈良県、和歌山県)を舞台に足を運んで記録した報告書という表現が一番しっくりくると言いましょうか。外交日程は毎年定例的に繰り返されることが多いため、テーマが重なったり、内容が重複する場合も多いですが、時間の流れによる私の考えの変化や知見の広がりを垣間見ることができるのではないかとの思いから、そのままにすることにしました。

総領事在任中に本を出版することに対して負担はありましたが、逆にだからこそ意味があるのではという周りの勧めもあり、7月末をもって原稿を締め切りました。しかし、今後も在任中は中断することなく投稿を続けるつもりです。一般的に公館長の任期は3年程ですので、2021年上旬ごろまではFacebookやブログ(https//:ohtak.com/)を通して、皆様にお会いすることができると思います。

元々出版を意識して書きはじめた文ではありませんが、今回出版まで至ったのは、東京特派員時代からの友人であり、兄貴分の小栗章さん(本文No.65参照)の力が絶対的でした。彼は、私から特に依頼したわけでもないにも関わらず、私が記事を投稿し始めた当初から、自らのご好意によってブログを開設し、日本語訳をし、着々と投稿文を蓄積してきてくださいました。この本の日本語訳はごく一部の用語や文章の修正、タイトルの変更以外は全て彼の力に頼ったものです。この場をお借りして、彼に感謝の意を伝えたいと思います。元朝日新聞ソウル特派員である波佐場清さんとライターである川瀬俊治さんは、管轄地域である大阪に位置する東方出版での出版を斡旋してくれました。また、出版過程で、原稿のチェックや写真データ整理を自分のことのように手伝ってくれた秘書室職員の金珍實さんと張正勳さん、東方出版編集者の北川幸さんにも感謝の意を伝えます。そして、いつもそばで「容赦のない野党」役を担ってくれている妻、鄭賢珍にも感謝を述べたいと思います。

最後に、この本が厳しい韓日関係の中でも、両国民の心と心をつなぐ接着剤になり、韓国と在日同胞社会、また同胞同士の距離を縮めてくれる触媒になることを願います。

2020年8月末日、堂島川が見渡せる官邸で

참고로 이 책에 대한 정보를 담은 사이트는 다음과 같다.
https://www.hanmoto.com/bd/isbn/9784862494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