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 한일학생 대화: ‘혐한’과 ‘반일’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3월11일, 동일본에서 대형 지진과 해일, 원전 참사가 난 지 꼭 10년이 되는 날이다. 일본의 모든 신문과 방송에서는 몇 일 전부터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참사의 후유증을 크게 보도하고 있는 중이다. 당시 참사가 일본사회에 얼마나 큰 충격을 줬는지 매스컴의 보도만 보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날 오후 시가현 오쓰시 시가현 공관에서
<‘혐한’과 ‘반일’을 학생들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주제로 한, 한일학생 대화 행사가 열렸다. 지난해 2월14일 나가하마시 아메노모리 호슈암에서 열렸던 한일 교류 좌담회에 이은 후속 행사이다.

당시 좌담회에서, 내가 한일 사이에는 ‘반일’ 과 ‘혐한’이라는 말이 횡행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특히 ‘혐’이라는 단어는 상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말로, 서로 노력해 없앴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이를 당시 같이 좌담에 참석했던 미카즈키 타이조 지사가 이어받는 형식으로, 이날 한일 대학생 대화가 이뤄지게 되었다.

1년 전에는 대학생뿐 아니라 각계에서 활약하는 성인들도 참석했지만, 이날은 대화 참석자 전원이 학생이란 점이 달랐다. 한국 유학 경험이 있는 일본 학생 2명과 재일동포 학생 1명, 한국에서 시가현의 대학에 유학하고 있는 학생 3명이 참석해 자신들의 경험을 곁들인 대화를 나눴다. 사회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시가현립대의 카와 카오루 교수가 맡았다.

1시간 30분 정도의 비교적 짧은 좌담회였지만, 카와 교수의 꼼꼼한 준비와 진행으로 알찬 내용의 대화가 이뤄졌다. 참석 학생들은 국적과 나이에 관계없이 지금의 한일관계에 대한 매스컴 보도와 여론이 실제 상황과 매우 다르다는 점을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한일관계가 악화되었던 때 한국에 유학했던 일본 학생들은 유학 중에 일본사람이라는 점 때문에 특별하게 어려웠던 점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유학생들도 대체로 한국 사람이라는 점 때문에 특별한 어려움을 겪지 않은 것은 비슷했지만, 일부 학생은 나이가 많은 사람으로부터 ‘혐한성’ 행위를 당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말을 거칠게 종합해보면, 한일 양쪽의 언론보도 등 여론이 실제 상황과 달리 나쁜 점을 과장해 강조하고 있고, 특히 일본에서는 나이에 따라 한국을 대하는 자세가 차이가 많이 난다는 정도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직접 상대국을 가보거나 상대국 사람을 만나본 경험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나와 미카즈키 지사를 포함한 대다수 참석자들은 이날 대화를 통해 양국관계가 어렵지만 상대방을 더욱 폭넓고 깊게 이해하는 것의 중요성, 양국의 교류가 양에서 질로 발전할 필요성에 공감을 이뤘다고, 나는 느꼈다. 특히 젊은이들이 이날처럼 어렵고 힘든 주제라고 피하지 말고 꾸준히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했다.

1년 전 나의 문제제기를 잊지 않고, 코로나 감염의 어려운 속에서도 의미 깊은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준 미카즈키 지사의 마음 씀씀이와 행동력에 경의를 표한다. 그는 지난해부터 한글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는데, 앞으로 윤동주의 시를 한글로 감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세상은 꼭 여러 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의 노력에 의해서도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이 든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