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 KPC에서 문재인 정부와 한반도평화정책에 대해 강연

도쿄에 일본기자클럽(JNPC)이 있다면, 오사카에는 간사이프레스클럽(KPC)이 있다. 일본기자클럽은 전국 단위의 조직으로, 신문, 방송, 통신사 및 기자 등이 참여하는 회원제 비영리단체이다.

간사이프레스클럽은 성격이 비슷하지만, 지역적으로 간사이에 거점을 둔 언론사와 기업, 대학 등에 회원을 한정하고 있다. 간사이지역의 정보 발신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조직으로, 일본기자클럽과는 별개의 독립 단체이다. 두 단체 모두 뉴스가 될 만한 인물들을 초청해 강연회를 하는 것이 주된 일이다.

나는 3월13일, 간사이프레스클럽의 초청으로 <문재인 정부와 한반도평화정책>이란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이런 종류의 강연은 준비도 필요하기 때문에 1달 이상 앞서 날을 잡는 것이 보통이다. 나도 약 한 달 이상을 앞두고 요청을 받았다. 그때는 2월 말의 하노이 북미회담도 결정돼 있었고. 진전된 합의도 나올 것이 확실시 되는 분위기여서 즐거운 마음, 가벼운 마음으로 제의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강연회를 앞두고 사태가 갑자기 반전됐다. 하노이 회담에서 기대했던 합의가 나오지 않고 회담이 끝났다. 강연 내용을 애초 생각했던 것에서 크게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다. 마음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고민 끝에 그동안 한반도에서 벌어진 상황과, 문재인 정권이 추진하는 한반도정책의 내용과 배경, 그리고 하노이 회담 이후의 전망과 일본의 역할 등을 설명하기로 마음을 먹고 준비했다. 여러 나라 중에서도 일본이 특히 한반도 평화 흐름에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런 때일수록 적극적으로 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알리는 게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최근 한일관계가 역사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여서, 일본의 시민사회, 여론주도층과 활발한 소통을 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했다.

강연에서는 일본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한국 정부의 생각, 대통령의 철학, 정책의 배경을 전하는 데 중점을 두고자 했다. 예를 들면, 일본에 지진 태풍 등 ‘자연재해의 공포’가 있다면, 한국에는 그와 비견되는 것으로 ‘전쟁의 공포’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또 한반도의 평화 구축과정에 공통의 가치와 제도를 공유하는 한국과 일본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50분 정도의 강연이 끝난 뒤 질의응답 시간에는, 역시나 한일관계에 질문이 집중되었다. 나는 “지금 한일관계는 날씨에 비유하면 눈이 내리고 있는 상태인데 앞으로 눈이 그치고 빗자루를 들 시기가 반드시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근본적 시각 차이가 있는 역사 문제는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는 것을 서로 인식하고, 잘할 수 있는 경제, 문화, 인적교류를 더욱 강화하면서 개선을 도모해 나가는 게 바람직할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프레스클럽의 강연이었기 때문인지, 지역의 여러 신문, 방송에서 강연 내용을 기사로 다루어 주었다.

보도 참고.
https://www3.nhk.or.jp/kansai-news/20190313/00134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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