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교토부 마이즈루시에서 열리는 우키시마마루 폭침 희생자 추도식에 참석했다. 지난해는 태풍의 영향으로 배의 폭침 당일에 행사를 못하고 다음날인 8월25일에 행사가 열렸다. 올해는 당일인 24일 74주년 추도회가 열렸다.
마이즈루 시민들로 구성된 ‘우키시마마루 순난자를 추도하는 회’가 주최하는 행사로, 정식 명칭은 ‘우키시마마루 순난 74주년 추도집회’이다. 순난이란 단어가 생소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쓰지 않는 단어이다. 순국이란 말은 많이 쓰지만 순난은 듣기 힘든 단어이다.
그래서 사전을 찾아 보니 “국가나 사회가 위난에 처하여 의로이 목숨을 바침”이라고 되어 있다. 우키시마마루 폭침 희생자를 사전의 의미로 순난자로 부르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다 원인 불명의 폭발사고에 의해 숨진 억울한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내 생각으론 희생자가 더욱 적절해 보인다.
어쨌든 올해도 오사카에서 승용차로 편도 150킬로미터, 2시간 반 걸리는 행사장에 다녀왔다. 다행히 올해는 날씨가 화창했다. 순난비에서 바라다보이는 사고해역도 호수처럼 잔잔했다.
최근 한일관계가 긴장국면에 있어서 행사에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작년보다 100여명이나 더 많은 3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행사는 예년처럼 주최자의 추도사, 총련과 민단 대표의 추도사에 이어, 헌차, 추도의 춤, 추도가, 꽃 바다에 던지기 순으로 이뤄졌다.
일본에서 열리는 행사에서 재일동포들의 추도사는 보통 일본어로 하는 게 보통인데, 이곳의 행사는 민단과 총련 대표 모두 우리말로 하는 게 돋보였다. 행사 내용도 일본시민 단체가 주최는 하지만, 헌차와 추도의 춤은 민단계 단체가 맡아서 하고 추도가는 조선학교 학생들이 나와 부른다. 여기에 매년 한국에서 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행사에 참석한다. 올해도 양 노총에서 40여명이 행사에 참석했다.
한일관계가 어려운 속에서 일본 시민과 민단과 총련계 동포, 한국의 노동단체 등이 하나가 되어 치르는 행사를 보니, 남다른 감회가 들었다. “차가운 얼음장 밑에선 잘 보이진 않지만 역사를 통해 배우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따뜻한 물이 여전히 흐르고 있다.”고.
돌아오는 길에 마이즈루항이 내려다보이는 고로가다케의 스카이타워공원에 올라가 항만의 전경과 사고지점 등을 관망하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