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 나라현에서 실시하는 ‘역사의 길 2019’

일본은 23일이 추분의 날로, 휴일이다. 그래서 21일부터 3연휴이다. 그런데 태풍 17호(타파)의 영향으로 간사이 지방은 3연휴 내내 궃은 날씨가 될 것이라고, 몇일 전부터 예보가 나왔다. 덩달아 마음이 우울해졌다.

3연휴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는 아쉬움 때문이 아니라, 올해 우리 총영사관이 역점 문화교류 사업으로 나라현에서 실시하는 ‘역사의 길 2019’ 행사가 연휴 첫날인 21일에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행사 장소가 실내가 아니고 야외여서 하늘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21일 아침 구름이 찌푸린 날씨 속에서 행사 장소인 아스카무라 아스카풍무대로 갔다. 이 장소는 백제계 귀족인 소가노우마코의 묘로 알려진 이시부타이 앞쪽에 만들어진 광장이다. 아스카무라에서 음식과 문화를 통한 한일교류를 하기 위해, 우리 총영사관과 나라현 민단, 나라현일한친선협회, 아스카무라와 공동으로 2년마다 여는 행사이다.

많은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 탓인지 행사 시작 때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2년 전에는 무대 앞 잔디밭이 꽉 찼었다는데, 올해는 듬성듬성했다. 비 예보가 가장 큰 요인이겠지만, 최근 얼어붙은 한일관계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래도 행사 분위기는 ‘백제의 미소’처럼 화기애애했다. 행사장 뒤의 산세가 마치 한국의 산처럼 둥글둥글한 것도, 한일의 참가자들의 성품이 모두 부드러워 보이는 것도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나를 비롯해, 이훈 나라민단 단장, 다노세 나라현 일한친선협회장, 모리카와 아스카무라 촌장 등 개막식에서 인사말을 한 모든 사람들이 한일관계가 이런 때일수록 서로 깊은 이해를 돕는 문화교류를 더욱 열심히 해나가자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나는 오전에 개막식 뒤 자원봉사자를 하러온 덴리대 한국어과 학생들과 한류를 비롯한 양국의 문화교류 등에 관해 짧지만 의미 있는 교류의 시간도 가졌다. 그리고 참석자들과 부인회와 민단 등에서 만든 한국음식을 먹으며 공연을 본 뒤, 이시부타이를 둘러보고 오후에 행사장을 떠나왔다.

다행스럽게 날씨는 시간이 갈수록 좋아져 종일 비가 오지 않고 적당한 맑은 날씨가 유지되었다. 내가 행사장을 떠난 오후부터는 사람들도 더욱 많이 몰려와 행사가 끝난 저녁 8시까지 성황을 이뤘다고 한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총영사관과 나라현의 여러 관계자들이 힘을 모아 열심히 준비한 행사인데, 하늘도 이런 뜻을 알아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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