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인이 교토의 도시샤대학(동지사대)에 다니면서 1943년 7월 일본 경찰에 체포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학우들과 소풍을 갔던 곳, 우지강가를 걷는 행사가 5월18일 열렸다. 2017년 우지강과 시즈카와강이 만나는 지점에 ‘기억과 화해의 비’라는 윤동주 시비를 세운 ‘시인 윤동주 기념비 건립위원회’가 개최한 행사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가 2회째. 행사 시기를 5월로 한 것은 1943년 윤동주 시인 일행이 우지강가로 소풍을 했던 실제 시기에 맞춘 것이라고 한다. 우지강변이 상류에 당시에 없던 우지댐도 생기고 1943년 때와는 많이 바뀌었지만, 윤동주 시인이 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길을 따라 코스를 잡았다.
지난해 첫 행사 때는 40여명이 참석했다는데, 올해는 유감스럽게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햇볕이 강하지도 흐리지도 않은, 걷기에 적당한 날씨였는데, 아마 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사전 일기예보가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나는 몇 달 전에 행사 주최 쪽에 참가를 약속한 터여서 시간에 맞추어 약속 장소로 갔다.
오전 10시에 게이한선 우지역 광장에서 출발해, 우지강을 따라 상류로 거슬러 갔다. 우지강변의 상점가를 거쳐 조금 올라가다 보면 오른편에 일본의 10엔짜리 동전에 나오는 뵤도인(평등원)이 있다. 지금은 성인의 경우 600엔의 입장료를 받는데 당시는 담이 없어 그냥 들어갔다고 한다.
뵤도인에서 20여분 더 걸어서 올라가면 당시 윤동주 시인이 마지막 사진을 찍었던 아마가세 현수교가 나온다. 이 사진에 나온 현수교의 줄이 윤 시인이 우지강으로 마지막 소풍을 온 장소를 특정하는 근거가 됐다고 한다.
여기서 또 10여분을 더 올라가면 우지강을 막아 만든 아마가세댐이 나오고 이 댐의 바로 밑에 있는 바위에서 윤 시인 일행이 야유회를 했고, 윤 시인이 여기서 아리랑을 불렀다고 한다. 지금은 댐 때문에 접근할 수 없고, 일행은 댐 위에서 그곳을 바라보면서 걸어가면서 꺾은 들꽃을 던져 헌화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마지막 장소는 시비가 있는 곳에서, 시비에 새겨져 있는 <새길>을 비롯해 몇 편의 시를 한글과 일본어로 번갈아 읽고 준비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했다. 나는 오후에 다른 일정이 있어, 아쉽게도 마지막 해산식까지는 참석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매년 시인의 추억을 더듬는 우지강 걷기 행사는 강물처럼 계속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