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은 삼일운동(3.1운동) 100년이 되는 해이다. 국내에서 삼일운동이 일어나기 직전에 일본 도쿄에서 유학생들이 2.8 독립선언을 발표했다. 이것이 기폭제가 되어 3.1 만세운동을 거쳐 4월11일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으로 이어졌다. 이런 역사적인 이유로, 삼일운동 100년을 맞는 일본의 재일동포 사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믈론 삼일운동의 전조인 2.8 독립선언이 도쿄 중심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도쿄 이외의 다른 지역은 깊은 연관은 없다. 하지만, 오사카총영사관 담당 지역에서도 그 의미를 되짚어 보는 행사와 움직임이 있었다.
2월14일에 오사카총영사관과 한국산문작가협회가 공동으로 윤동주와, 그와 그의 시를 일본에 소개하는 데 힘쓴 일본 시인 이바라기 노리코를 함께 추모하는 행사를 했다. 또 오사카문화원에서는 윤동주 시의 한글 서예전을 했다. 윤동주와 삼일운동이 직접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비폭력, 평화공존을 외친 삼일운동의 정신이 윤동주의 삶과 시 정신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삼일절 날 당일에는 예년과 같이 기념식이 오사카총영사관 담당지역인 2부3현(오사카, 교토부, 시가, 나라, 와카야마현)에서 민단 주최로 열렸다. 총영사관에서는 다른 해와 달리, 영사 전원을 담당지역별로 나눠 골고루 파견했다. 그만큼 정부도 삼일운동100년을 의미있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몸으로, 행동으로 보여주려고 했다. 각 지역 민단도 기념식에 영화 상영(오사카 민단의 ‘밀정’)이나 강연회(교토. 나라, 시가, 와카야마)를 특별히 배치했다.
나는 오사카 민단 기념식에 참석했다. 오사카 기념식에서는 몇 가지가 눈에 띄었다. 우선 이제까지의 기념식과 달리 연단을 단상 위에 올리지 않고 참석자들과 같은 평면에 놓았다. 삼일운동을 떠나 탈권위주의, 국민과 함께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동포사회에도 점차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또 기념식 시작에 앞서, 민단이 자체 제작한 삼일운동 100년의 한일관계사 비디오를 상영했다. 점차 당시의 역사를 잊어가는 재일동포 후세들을 교육하기 위한 자구적인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나에겐 제3의 전문가가 만들어준 멋있는 제작물보다, 민단 스스로 만든 소박한 제작물이 더욱 소중하게 보였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한일 사이의 정치적 갈등을 우려하는 동포들의 목소리도 많이 들렸다. 때문에 어느때보다도 재일동포들은 대통령의 올해 기념사 내용, 특히 한일관계에 관한 대목을 민감하게 주시했다. 최근의 갈등 분위기가 기념사에도 이어질까 걱정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이번 경축사에 일본을 직접 비판하는 내용이 없고 미래지향의 협력을 강조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의 표정과 말에서 안도와 환영의 모습을 느꼈다. 특히 연설문 중에서 “과거 역사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의 역사는 바꿀 수 있다”는 대목이 동포들의 가슴을 울린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