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31일(금), 오사카에 있는 ‘민족학교’ 백두학원 건국고등학교 졸업식이 열렸다.
올해가 제69회 졸업식이다. 이번에 62명이 졸업을 했다. 이제까지 이 학교가 배출한 전체 졸업생 수는 올해 졸업생까지 포함해, 모두 4824명이다. 이런 추세라면 3년만 있으면 졸업생이 5천명을 돌파한다. 적지 않은 수다.
62명의 졸업생은 모두 한국과 일본의 대학 입학이 예정돼 있다고 한다. 아직 일본의 국공립대학 입시가 끝나지 않았지만, 100% 대학 진학이 눈앞에 있다고 한다.
백두학원 건국학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있다. 이번 졸업생 중에는 유치원부터 다닌 학생이 4명, 초등학교부터 다닌 학생이 10여명 있다고 한다. 이것만 봐도 이 학교가 해방 전부터 일본에 와서 뿌리를 내리고 사는 재일동포(특수 영주권자, 이른바 ‘올드커머’) 중심의 학교임을 알 수 있다. 주로 주재원 자녀들과 1980년대 이후 새로 정착한 영주권자(이른바 ‘뉴커머’) 자녀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도쿄의 한국학교와는 성격이 다르다.
나는 백두학원을 비롯한 간사이지역의 세 민족학교(건국학교, 금강학교, 교토국제학교)가 앞으로 재일동포 사회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재일동포 사회는 귀화의 증가, 국제결혼의 증가, 저출산의 영향으로 한국 국적을 유지하는 수가 해마다 크게 줄고 있다. 이런 경향은 쉽게 막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출신이라는 뿌리의식을 가지고 재일사회를 이끌고 갈 차세대 지도자의 중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바로 그런 역할을 해야 하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들 학교이다.
나는 이날 졸업식 축사를 통해 건국학교 졸업생들이 ‘일본 속의 한국학교’라는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만큼, 지금까지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국, 일본, 더 나아가 국제사회에 공헌하는 인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한국과 일본을 동시에 의식하면서 커온 이들이 어려운 한일 문제를 풀 수 있는 지혜의 싹도 함께 키워왔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사회의 ‘일본 안의 민족교육’에 대한 관심도 더욱 커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