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7일(토), 28일(일) 이틀 동안, 세계 최정상급 문화를 세 곳에서 즐겼다.
토요일 저녁에는 오사카문화원 개원 20주년 기념 국립국악관현악단 초청 공연이, 오사카 최고의 연주홀인 심포니홀에서 열렸다. ‘아리랑 판타지’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 공연은 홀을 가득 채운 재일동포 및 일본인들에게 한국 국악의 맛을 한껏 보여줬다. 아리랑환상곡에서 사철가, 판소리(심청가 일부), 신뱃놀이까지 공연 모두가 관객을 홀리며,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세계 최고의 이름 값을 톡톡히 한 공연이었다.
일요일 낮에는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강연회에 갔다. 오사카한국청년회의소 등 간사이지역 재일 한국인 청년단체들이 매년 친목과 화합을 위해 ‘한마음 행사’를 하는데, 올해가 7회째이다. 이들이 올해 행사에 안도 다다오를 초청해, 오사카민단에서 강연회를 했다. 나는 이 행사의 축사를 위해 참석해, 강연을 들었다. 강연의 제목은 ‘아시아는 하나’.
안도 다다오는 몇 개의 슬라이드 그림을 띄워놓은 채, 거장 답게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1시간 동안 풀어냈다. 개성, 창조성, 지속성, 정열, 자연, 공동체, 미래세대가 그가 강조한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경우를 예로 들며, 정해진 틀 속에서 일등을 하는 것보다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도 다다오의 공연이 끝난 뒤에는 저녁에 오사카부 청사에서 열린,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디자이너 고시노 준코의 패션쇼에 갔다. 100년 역사의 오사카부 청사 계단을 무대로 삼아 열린 패션쇼는 계단의 수직성을 살려서인지 그의 특색이 더욱 입체적으로 잘 드러났다. 해외 활동이 많은 그가 일본에서 패션쇼를 한 건 30년 만이라고 한다. 그는 행사 전 리셉션장에서 만난 나에게 “오래 전에 한국에서 두 번 패션쇼를 한 적이 있다”고 한국과 인연을 밝혔다.
이틀 동안 세 곳에서 세계 일류 무대를 보면서 느낀 감상은 “역시 세계 일류는 다르다.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