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7일, 교토에서 총영사관 주최로 ‘북동아시아의 정세변화와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라는 제목의 심포지엄을 열었다.
11월3일 미국 대통령선거에 맞추어 몇 달 전부터 기획한 행사이다. 마침 9월에는 일본에서도 7년8개월이라는 최장기 정권을 구가했던 아베 신조 총리가 물러나고, 스가 요시히데 새 총리가 취임했다.
한반도 주변의 두 주요국의 정권 변화가 한반도 정세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누구나 궁금한 시점에서 열린 행사이기 때문인지, 코로나 제3파 도래의 상황 속에서도 동포들의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 애초 감염 방지를 위해 100명으로 제한했으나 참가 신청이 많아 호텔 쪽과 상의해 120명으로 늘렸다.
참가자가 많았던 데에는 행사가 오사카가 아닌 교토에서 열린 것도 있는 듯하다. 이제까지는 행사장 구하기나 준비의 편리함 때문에 이런 행사는 거의 빠짐없이 오사카에서 해왔다. 학구열이 높은 교토지역 동포들로서는 현지에서 열리는 학술행사에 대한 갈증이 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물론 적절한 주제와 시기, 전문성 높은 발표자와 패널들도 흥행의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다. 오사카총영사관 관할의 5개 지방민단 단장을 비롯해 지역의 내로라하는 동포 지도자들이 거리에 관계없이 대거 참석한 것에서, 이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발표자의 말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들으려는 청중의 태도에, 발표자와 패널들이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심포지엄에서는 나카토 사치오 리츠메이칸대 국제학부 교수가 ‘동북아 정세변화와 남북관계’, 하코다 데츠야 아사히신문 논설위원이 ‘동북아시아 정세변화와 한일관계’에 관해 각기 발제를 했다.
나카토 교수는 조 바이든 미국 새 정권과 문재인 정권은 같은 리버럴 성향으로, 빌 클린턴-김대중 정권 때처럼 조합은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클린턴-김대중 정권 조합 때는 한미 사이의 정책 조정이 잘 되었고, 김 정권은 특히 태양정책의 수행을 위해 일본 등 주변국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그 당시와 지금이 다른 점으로 북한이 사실상 핵국가된 점을 들며,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한미 사이의 정책조율이 어떻게 이뤄질지가 관찰의 포인트라고 말했다.
하코다 논설위원은 도쿄에서 정관계 관계자들을 취재하면서 느낀 점을 생생하게 발표해, 청중의 귀를 사로잡았다. 하코다 논설위원은 스가 총리가 아베 총리의 노선을 계승하겠다고 하지만, 이념 성향이 강하지 않고 외교를 관저가 아니라 외무성에 많이 맡기는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한일관계가 회복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미국의 민주당 정권이 기후온난화 방지 등 국제협조를 강조하고 있고, 가치와 규범을 중시한다는 점에서도 한일협력의 가능성이 이전보다 크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이 강제동원 노동자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따라 차압한 자산을 매각하면, 일본의 보복조치가 이뤄질 것이고 양국관계가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경호 고쿠시칸(국사관)대학 교수의 사회로, 곽진웅 코리아엔지오센터 대표, 김세덕 오사카관광대 교수, 모리 토모오미 리츠메이칸대 객원교수가 참여해 활발한 패널 토론이 이뤄졌다. 토론에서는 박지원 국정원장이 공개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해, 총리를 만나고 기자들과 문답까지 한 의미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발제와 토론 사이에는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한일의 멤버로 구성된 마림바 공연단이 문화공연을 했다. 이들은 ‘고향의 봄’ ‘돌아와요 부산항에’ ‘아리랑’ 등을 연주해, 동포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