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첫날은 오사카시와 오사카부의 통합 여부를 묻는 오사카 시민 투표가 있었다. 지난해 4월 오사카부 지사, 오사카시 시장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오사카유신회’가 중점적으로 추진한 정책이고, 유신회 소속의 오사카 지사가 비교적 코로나 감염에 잘 대응했다는 평가가 있는 터여서, 선거운동 초반엔 통합 찬성으로 결정될 것이 유력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반대가 50.6% 찬성이 49.4%로 오사카시의 존속이 결정되었다. 그동안 선거에서 승승장구를 하던 오사카유신회가 큰 타격을 받게 되었다. 덩달아 오사카유신회와 사실상 ‘각외협력’ 관계를 맺어왔던 스가 요시히데 정권에도 이 선거 결과가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선거는 오후 8시까지이지만 단순히 찬반만 묻는 선거여서 결과가 일찍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워낙 박빙의 접전이어서 자정 가까이 되어서야 결과가 나왔다.
선거 다음 날인 2일은,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선거에 패한 쪽에서 보면, 을씨년스럽게 느낄 만한 비였다. 나는 빗속을 뚫고 나라에 갔다. 지금 나라국립박물관에서 한창 열리고 있는 제72회 쇼소인전(10월24일-11월9일, 기간중 무휴)을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부임 이래 매년 개막식에 초대를 받아서 갔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예년의 개막식은 하지 않고, 정식 개막일 전날에 사전 관람이 있었는데 그날 일정이 맞지 않아 가지 못했다.
박물관에 도착하니, 박물관 쪽에서 친절하게 방으로 안내해 이번 전시물에 관해 설명을 해주었다. 덕분에 전시물을 더욱 깊게 이해하면서 볼 수 있었다. 이번 전시물은 모두 59점(전체 쇼소인 보물은 9천여 점)인데, 약제와 무기, 마구가 중심이라고 했다. 또 지난해 천황 교체를 기념해, 훌륭한 보물이 많이 전시되는 바람에 올해는 눈에 확 띄는 전시품은 없는 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매년 쇼소인전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1300년 가까운 기간 동안 많은 보물들이 완전한 형태로 보존되어왔다는 것이 놀랍다. 또 당시의 기술과 예술 수준이 지금에 비추어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도 놀랍다. 쇼소인의 보물은 당시 일본의 교류 상황으로 볼 때 한반도와 직간접적으로 인연이 있는 것이 많다는 점이, 특히 한국 사람에게 매력적이다.
올해 쇼소인전은 코로나 때문에 좋은 면도 있었다. 다른 해에는 하루에 1만명 이상의 관객이 몰려 느긋하게 관람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 대책으로 시간제 사전예약으로 하루 2천명만 받고 있어 여유 있게 관람할 수 있는 이점이 있었다. 그래도 전시를 준비하고 관리하는 사람들의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니, 코로나 사태가 빨리 끝나 많은 사람이 맘 편히 훌륭한 보물을 만끽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