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 ‘도래인의 고향’ 나라(奈良)현 아스카(明日香)마을 방문

10월29일은 ‘도래인의 고향’이라고 불리는 나라현 아스카무라를 방문했다. 고대시대 한반도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가장 먼저 이곳에 정착하고, 이곳을 중심으로 일본 각지로 퍼져나갔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아스카무라는 한반도와 일본 사이 교류의 원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에서 오사카총영사관과 나라현 등이 공동으로 격년마다 ‘역사의 도(道)’라는 문화 행사를 해온 터여서, 아스카무라의 촌장으로부터 초청을 받았다. 일정을 조정한 끝에 29일 방문하게 되었다.

나라현청의 관리 출신으로 지난해 3선에 성공한 모리카와 유이치 촌장이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직접 아스카무라의 이곳저곳을 안내해주었다. 마침 날씨가 너무 좋아서 문화탐방을 하기에 최적이었다.

먼저 아스카무라 사무소의 옥상에 올라가 아스카 들판을 내려다보며, 모리카와 촌장으로부터 마을 설명을 들었다.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한국사람들은 모두 고향과 같은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벌판 주위에 낮고 둥근 산은 마치 한국의 시골 모습 그대로이다.

모리카와 촌장은 한반도에서 배를 타고 오사카의 나니와에 도착한 도래인들이 자연재해와 외적 침입을 막기에 가장 안전한 이곳으로 와서 자리를 잡았고, 이곳 주변과 땅속에는 도래인들의 흔적이 즐비하다고 말했다. 이곳의 환경과 유적을 보호하기 위해 ‘아스카무라법’까지 제정되었는데, 모든 건물이 10미터 이상 올라갈 수 없고 지붕은 모두 기와로 해야 한다고 한다.

마을의 전반적인 설명을 들은 뒤는 키토라고분과 소가노 우마코의 묘로 추정된다는 이시부타이 고분, 일본 최초의 절과 불상이 있는 아스카데라 등을 촌장과 직접 돌며 보고, 설명을 들었다. 이곳을 둘러보면서 다시 일본의 고대사와 한반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걸 느꼈다.

모리카와 촌장은 아스카무라는 일본에서도 한반도와 인연이 가장 깊은 곳이므로, 자매관계에 있는 부여군과 교류를 더욱 강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오사카총영사관과 협력해 하고 있는 문화행사도 지속적으로 해나가자고 말했다. 현재 추진 중인 아스카무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등록에도 이곳 문화에 큰 영향을 준 한국 쪽의 적극적인 지원을 호소했다.

아스카무라는 지금은 인구 5천여명 남짓의 작은 농촌마을이다. 하지만 한반도와 관련한 이곳의 역사와 유물은 마을의 규모에 비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한일이 근현대의 불행한 일로 갈등하고 있는 때일수록 한일 사이의 오래되고 깊은 인연을 살펴보고 호흡을 가다듬는 여유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