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 상호이해의 폭을 넓힌 한글이란 우수한 문화상품

10월 9일은 한글날이다. 3.1절, 광복절(8.15), 개천절(10.3)과 함께 4대 경축일이다. 재외공관은 주재국 휴일에 맞추어 쉬지만, 4대 국경일은 재외공관도 한국의 달력대로 휴무를 한다.

한글날 전야인 8일, 오사카총영사관 주최로 제 574돌 한글날 기념 리셉션을 했다. 오사카 제국호텔에서 동포 및 일본 각계 인사, 각국 총영사 등 240명을 초청해 2시간 동안 행사를 했다. 아마 코로나 감염 이후 일본 안에서 열린 최대 규모의 리셉션 행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코로나 감염이 끝나지 않은 속에서, 왠 대규모 리셉션이냐는 생각도 들 것이다. 사실 코로나 때문에 리셉션을 해야 할지 말지 많은 고민을 했다. 결론적으로 연중 가장 중요한 행사라는 의미를 살리면서, 철저한 감염 대책을 취한 채 행사를 하기로 했다.

먼저 호텔 쪽에 어느 정도 인원까지 대응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현지 지자체의 방침도 살펴보면서 규모와 형식을 정했다. 무엇보다 준비 과정에서 적극 호응하고 격려하고 협조해준 참석자들의 힘이 컸다.

입식 행사 때 1천명 이상이 들어가는 홀에 40개의 테이블을 배치하고, 한 테이블에 6명씩 앉도록 했다. 원래는 테이블 당 10명이 정원인데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배려였다.

행사는 오후 6시부터 시작해, 8시쯤 끝났다. 재일동포 3세 출신의 안성민씨의 판소리 수궁가( 별주부가 토끼를 만나는 장면) 공연으로 막을 열었다. 다음에 주최자의 인사말, 오용호 오사카 민단 단장과 이노쿠마 가네카츠 오사카왔소문화교류협회 이사장의 축사에 이어 차세대를 대표하여 조인 한국교토청년회의소 회장이 건배 제의를 했다.

건배 뒤 식사가 시작되었는데, 돌아다니지 못하고 앉아서 하는 행사이기 때문인지 참석자들이 좀 섭섭해 하는 것 같았다. 더구나 올해는 코로나 대응 차원에서 호텔 쪽이 외부에서 음식을 들여오지 못하게 해, 한국 리셉션의 인기 메뉴인 한식도 제공하지 못했다. 리셉션의 묘미는 역시 여기저기 회장을 돌아다니며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새 친구도 사귀는 것인데. 그래도 일부 첨석자들은 틈을 봐가며 옆 좌석의 사람들과 명함을 교환하며 눈치껏 친교를 했다.

식사가 끝날 무렵에는, 순수하게 일본 젊은이들만으로 구성된 아마추어 댄스그룹이 나와, 케이팝 커버댄스로 분위기를 확 끌어올려 주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관내 지자체장 중에서 유일하게 참석한 미카즈키 다이조 시가현 지사가 등단해 마지막으로 참석자 대표 인사말을 했다.

미카즈키 지사는 전반부 반은 한국말로, 후반부 반은 일본말로 인사를 했다. 올해부터 한국말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미카즈키 지사가 또박또박 한국말로 인사를 하자, 참석자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특히 10년 뒤에는 통역 없이 한국사람들과 자유롭게 한국말로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할 때는 아이돌 공연을 방불케 하는 반응이 터져나왔다. 미카즈키 지사의 깜짝쇼로 이날 행사는 점증법의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끝났다.

우수한 문화상품인 한글을 만들어준 세종대왕 덕분에 코로나 속에서도, 한일 정부간 갈등이 이어지는 속에서도 문화를 통한 상호이해의 폭을 넓힌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