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 양국 국민들의 상호이해와 공감에 좌우되는 한일관계

조선통신사는 당시의 ‘한류 붐’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조선통신사는 임진왜란 뒤인 1607년부터 1811년까지 모두 12차례 일본을 방문했다. 정사, 부사를 비롯해 300-500명의 대규모 사절단이 부산을 출발해 에도(지금의 도쿄)까지 갔다. 통신사 안에는 관료 외에도 문인, 학자, 화가, 악단 등도 동행했으며, 8-10개월 동안 일본을 종단해 이동할 때마다 지역 전체가 들썩였다고 한다. 통신사가 지날 때마다 유행이 바뀌기도 했다고 한다.

간사이지역에도 조선통신사가 남긴 흔적이 많다. 교토에 있는 민족학교인 교토국제학원이 올해 초 ‘간사이지역에 넘겨진 조선통신사 흔적’이란 책을 사회과 부교재로 출간했다. 박경수 교장을 비롯한 학교 선생님들이 조를 나눠, 조선통신사 흔적이 있는 곳을 방문해 사진을 찍고 기록물을 토대로 책을 만들었다. 본문과 사진설명까지, 한일 양국의 학생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한국말과 일본말을 함께 사용했다.

이 책을 받아본 순간, 책 출간으로만 그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일 사이에 있었던 어려운 일을 풀고 우호관계를 구축했던 이야기를 많은 사람에게, 특히 어린 학생들에게 많이 알리는 게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일요일인 9월27일, 교토에서 오사카총영사관과 교토국제학원 공동 주최로 책 발간 기념 세미나를 했다. 코로나 감염을 우려해 참석 인원을 60명으로 제한한 것이 아쉽지만, 매우 의미 있고 충실한 행사였다. 무엇보다 지역에서 민족교육에 관계하는 선생님들, 한글을 외국어로 채택하고 있는 일본학교 선생님들이 많이 참석한 것이 뿌듯했다.

세미나에서는 박 교장 선생님이 책 발행 과정을 설명하고, 일본 쪽에서 한국 시민단체와 함께 조선통신사 관련 기록의 유네스코 기록 유산 등재에 크게 힘썼던 나카오 히로시 교토예술대 객원교수가 조선통신사의 의미와 교훈에 관해 특강을 했다.

이어 2부에서는 교토국제학원 선생 2명이 나와, ‘한일의 역사를 배우는 학생들의 의식에 대하여’와 ‘부교재를 사용한 수업 사례’를 발표했다. 특히, 수업 사례가 흥미로웠다. 조선통신사가 왜 당시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는지, 지금 조선통신사가 일본에 오면 무슨 음식을 대접하고 싶은지 등의 물음에 학생들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을 연결해 답변했다. 역사가 단지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와 연결되고 있는 것을 실감하는 내용이었다.

마지막에 이뤄진 질문응답도 좋았다. 조선통신사를 가르칠 때 주의할 점, 한일 역사를 가르치면서 느낀 학생들의 변화, 재일동포 학생들의 본명 사용에 관한 학교의 정책 등이 화제에 올랐다.

조선통신사의 화제가 다른 사람보다, 어린 학생들에게 교육하는 교육자들 사이에 공유되고 논의된 것이 이날 세미나의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나는 인사말에서 “앞으로 한일관계는 양국 정부에 좌우되기보다는 양국 국민들의 상호이해와 공감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세미나가 학교와 사회 구석구석에서 ‘내가 바로 조선통신사다’라는 말이 흘러넘치는 기폭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