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과 광복절은 우리나라 사람 모두에게 중요한 국경일이다. 그 중에서도 더욱 각별하게 이 두 국경일을 맞는 사람들이 재일동포들이다. 일본의 식민지배에 맞서 만세 독립운동을 하고, 35년 동안의 일본 식민지에서 풀려난 날이니, 이날을 맞는 재일동포들의 심정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런데 올해 초부터 코로나 19 감염이 확산하면서 일본 각지의 민단이 제 날에 삼일절 행사를 열지 못했다. ‘광복절 날은 괜찮아지겠지’ 했지만 여전히 코로나가 맹위를 떨치면서 정상적인 광복절 행사가 열리지 못했다.
오사카 민단은 삼일절 때처럼 행사를 무기연기했다. 교토, 시가, 나라, 와카야마 민단은 규모를 줄이고 철저한 감염대책을 마련한 채 행사를 했다. 시가, 나라, 와카야마는 8월15일에 하고, 교토는 하루 늦은 16일에 했다.
오사카 총영사관 직원들은 지역을 나누어 참석해, 각 기념식에서 대통령의 경축사를 대독했다. 나는 오사카와 교토를 맡았는데 오사카 기념식이 연기되는 바람에 16일의 교토 기념식에만 참석했다.
쿄토 기념식은 오후 4시부터 시작했다. 연일 37, 8도를 오르내리는 혹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을 고려한 시간 조정이다. 덕분에 땀은 덜 흘렸다.
교토의 행사는 두 가지 점에서 이전과 달랐다. 우선 장소를 민단 강당에서 호텔로 옮겼다. 인원을 축소하면서 감염 대책에 충실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이전에는 200명 정도가 참석했는데 이날은 60여명만 참석했다. 두 번째는 젊은 층의 참석이 눈에 띄었다. 마지막 폐회사를 지역 청년단체인 교토청년회의소 대표에게 맡겼다. 젊은이에게 역할을 줌으로써 참석 동기를 주려는 배려가 느껴졌다. 청년층이 없는 것도 아닌데 그들이 민단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역할이 없는 것 때문이라는 지적이 줄곧 있어온 터이다.
이날 행사는 기념식, 만찬, 공연의 3부로 진행되었다. 지자체와 지방의원들도 참석했는데, 재일동포들이 코로나 속에서도 정연하고 깔끔하게 행사를 하는 모습에 놀라는 모습이었다. 한 일본 참석자는 “우리는 코로나 때문에 행사를 거의 취소했는데,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작지만 격조 있는 행사에 나도 어깨가 조금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