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30일, 오랜만에 이쿠노구(生野區)의 코리아타운에 가봤다. 아마 코로나 19 감염 사태가 벌어진 뒤 처음인 것 같다.
직접 가보지 못했던 기간 중에도 그쪽에 살거나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소식을 들었지만,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다.
장마 뒤의 무더운 날씨인데도 상점가에 사람들이 많았다. 코로나 때 거리가 썰렁하다가 긴급사태 선언이 해제된 5월 말부터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런 상황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코리아타운에 가기 전에 그 근처에서 미유키도리 상점가, 이른바 코리아타운 상점가의 대표들을 만나 점심 간담회를 했다. 3월 초 민단 지부로부터 시작해 청년, 경제 등 지역 안의 여러 단체 대표들을 만나 의견을 듣는 활동의 연장이다.
코리아타운 상점가는 5백여 미터의 거리에 서, 중앙, 동 3개의 상가회가 있다. 점포 수는 서상가회에 38개, 중앙상가회에 42개, 동상가회에 40개가 있다. 예전에는 김치가게, 음식점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한류 붐의 영향으로 화장품, 액서서리 가게가 늘고 있다고 한다.
간담회에는 세 상가회에서 회장 등 대표가 모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서상가회의 회장이 급한 일로 빠졌다. 그래도 전부 연결되어 있는 상가여서 최근의 얘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외지 사람들이 너무 많이 오는 바람에 동네 사람들이 없었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동네사람이 많아졌고, 관광객을 대신해 오사카 주변의 일본 사람이 거리를 채우고 있다고 한다. 한 참가자는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국에 직접 가지 못하니까, 대신 이곳에서 한국을 맛보기 위해 많이 찾아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에 이곳을 찾는 사람은 젊은이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가 오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사랑의 불시착> 등 한국 드라마가 전 계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현상과 흐름이 비슷한 것 같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온라인 매체를 통해 퍼지고 있는 한국 드라마 인기는 이전과는 확실히 구별되는 ‘제4의 한류 붐’인 것 같다는 의견도 나왔다. 마침 31일 아침 <아사히신문>을 보니 여론면에 <사랑의 불시착>과 관련한 기사가 크게 나와 있었다.
상가회 대표들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대체로 ‘정치는 정치, 개인 기호는 기호’라는 의식을 예전보다 확고하게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코리아타운이 고베의 ‘난징마치’처럼 오사카의 다문화 공생을 상징하는 지역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도 일본 어디에서도 재일한국인들이 이렇게 집단적으로 오랜 기간 터전을 잡고 살고 있는 곳은 없다면서, 서로 협력해 이곳을 한일 우호와 협력, 공생의 발신지로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이날은 상가회 대표들의 생기발랄한 모습에, 오랜만에 좋은 기를 담뿍 받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