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9일, 코로나 19가 가져온 두 개의 매우 상반된 일을 경험했다.
하나는 코로나 19 감염으로 1990년부터 30년 동안 오사카에서 열려오던 「사천왕사(四天王寺) 왔소」 행사가, 올해 열리지 못하게 됐다는 소식이다.
이날 낮에 이 소식을 전하러, ‘오사카 왔소 문화교류협회’의 이노쿠마 가네카쓰 이사장이 총영사관에 찾아왔다. 이사회에서 논의한 결과, 코로나 감염 사태로 가장행렬에 참가할 사람들을 모집하기 어렵고, 행사 예정일인 11월1일까지 감염 사태가 끝날지 말지도 모르는 상황을 고려해 중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아쉬운 일이다. 사천왕사 왓소는 고대부터 일본과 동아시아의 교류를 시대별 가장행렬로 재현하는 축제로, 1990년부터 시작됐다. 오사카가 재일동포들이 가장 많이 살고 고대부터 한일교류가 활발했던 지역임을 착안해, 관서흥은(関西興銀)의 주도로 사천왕사 및 다니마치 거리에서 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축제는 2001년 관서흥은이 파산하면서 그해 열리지 못했다. 2002년에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축제를 이어갔고. 2003년부터는 엔피오(NPO)법인 ‘오사카 왓소 문화교류협회’가 행사장소를 오사카성 옆의 나니와 궁터로 옮겨 열어왔다. 처음 시작할 때는 퍼레이드를 포함해 참석자들의 대부분이 재일동포들이었는데, 최근은 일본인 참가자 비율이 70%나 될 정도로 오사카 지역의 지역 축제로 자리 잡았다고, 이노쿠마 이사장은 설명해 주었다.
나는 이노쿠마 이사장에게 30년 전통의 축제를 코로나 때문에 중지하는 것은 너무 아쉬우니, 30년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심포지엄 등의 행사로 대체하는 것도 연구해 보자고 말했다. 단지 코로나로 중지한다는 것보다는 코로나가 가져다 준 틈을 반성과 발전의 계기로 삼아보은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이날 밤 9시부터 2시간여 동안 열린, 강경화 장관 주재 전 재외공관장 화상회의이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180여개 공관의 공관장을 한꺼번에 연결하자니 불가피하게 회의 시간대가 밤 시간이 된 듯했다. 다행스럽게도 이날 미리 잡혔던 저녁 약속은 시간을 조금 당겨서 하는 걸로 조정할 수 있었다.
아마 전 세계의 공관장을 화상으로 한꺼번에 연결해 회의를 한다는 발상은,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나올 수도 없었을 것이다. 또 문제가 있더라도 ‘일단 해보자’라는 도전정신이 없으면 실행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회의가 과연 잘 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참석했지만, 예상외로 괜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데스크톱 화면에 200명 가까운 참석자들의 얼굴이 우표수집장의 우표 딱지처럼 따닥따닥 붙어 있어 얼굴 구별이 어려웠지만, 이렇게라도 모여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회의인지라 발언하는 사람의 수에 한계가 있고 대화형보다는 일방형의 회의가 될 수밖에 없었지만 , 세계 공통의 코로나 사태라도 나와 다른 지역의 사정과 관심사, 어려움이 각기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의미 있는 회의였다.
이 회의에 참석하면서, 코로나 이후에는 불가피하게 온라인을 통한 외교의 비중이 훨씬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걸 실감했다. 오사카총영사관도 이런 추세에 대비해 최근 행정직원 인사를 하면서 ‘온라인 담당’을 신설했다.
이날은 코로나가 우리에게 던져준 충격을 다각도에서 맛본 하루였다고나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