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윤동주. 시인 윤동주의 이름 앞에는 오!든 아!든 감탄사가 붙는 것이 어울린다. 27살 젊은 나이에 억울하게 옥사한 무잔함이 그렇고, 그의 시가 세상 사람에게 남긴 깊은 울림이 그렇다.
2월16일은 시인 윤동주가 숨진 날이다. 이때쯤이면 매년 그가 마지막 살았던 교토에서 두 개의 추도 모임이 열린다.
14일에는 그의 하숙집이 있었던 교토조형예술대학 다카하라캠퍼스 앞에서 추도 및 헌화식이, 이 대학 주최로 열렸다. 그가 숨진 날인 16일에 하는 것이 원칙인데, 마침 16일이 일요일과 겹쳐 당겨서 했다. 따뜻한 겨울이기 때문인지 지난해보다 배가 되는 백 수십명이 참석했다.
다음날인 15일에는 도시샤대학 코리아동창회와 윤동주를 기리는 모임 공동 주최로, 도시샤대 윤동주 시비와 양심관에서 추도회와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행사는 윤 시인이 숨진 날 전주 토요일에 개최하는 원칙에 따라 이날 실시되었다.
올해는 도시샤대학에 시비가 건립된 지 25년이 되는 기년할 만한 해여서, 애초 주최 쪽에서 윤동주의 조카 윤인석 성균관대 교수와 도쿄, 후쿠오카 등 일본 각지에서 윤 시인을 기리는 활동을 하는 분들을 초대해 규모 있는 심포지엄을 준비했다. 그러나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문제로 윤 교수 등이 불참하는 바람에 계획이 많이 수정되었다.
그럼에도 행사는 성대하고 진지하게 진행되었다. 특히 도시샤대학의 현 부학장이자 4월부터 학장이 되는 우에키 교수가 오후 1시반에 시작한 헌화식부터 5시에 끝난 심포지엄까지 자리를 지켜주었다. 그리고 국경을 넘어 연대를 만든 윤 시인의 시를 기리는 축사도 해주었다.
이날 변형된 계획으로 진행된 심포지엄에서는, 1995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윤동주 일본통치하의 청춘과 죽음’이라는 KBS-NHK 공동다큐멘터리를 만든 다고 기치로 전 NHK 디렉터가 25년을 회고하는 강연을 하고 청중의 질문을 받는 시간을 가졌다. 다코 전 디렉터는 최근 자신의 취재를 바탕으로 쓴 <생명의 시인 윤동주>라는 책을 펴냈는데, 2년 전 한국에서도 번역되었다.
그는 한마디로 윤 시인을 “벽을 넘는 시인”이라고 말했다. 깊은 휴머니즘의 시어로 단지 한일의 벽뿐 아니라 세계 모든 사람의 벽을 허무는 보물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1995년 도시샤대의 시비가 기점이 되어 일본 전국에 윤동주와 그의 시, 시비가 확산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설명해 주었다. 14, 15일 이틀, 이국에서 윤동주와 함께한 충만한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