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 미래지향의 한일관계-간사이(關西)가 리드하는 한일우호

총영사로서 가끔 강연을 요청받는 경우가 있다. 강연은 일본 사회, 또는 재일동포 사회와 소통을 하고, 한국정부의 정책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그러나 강연은 준비과정이 힘들다. 대상이 누구인지, 주제가 무엇인지에 따라, 내용을 배치하고 가다듬어야 하기 때문에 몸으로 때우는 일보다 몇 배 어려운 것 같다. 더구나 너무 판에 박은 얘기가 아닌 나의 냄새와 색깔이 묻어 있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다른 일보다 훨씬 정신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재일한국장학회 쪽으로부터 강연 요청을 받고, 1월18일(토요일) 장학회 사무실이 있는 오사카한국인회관 2층 회의실에서 강연을 했다. 마침 일본의 연말연시가 9연휴여서 준비하는 데 부담이 적을 줄 알았는데 몸은쉬면서도 정신은 온통 강연 준비에 쏠리는 바람에 길지만 편하지 않은 연휴를 보냈다. 물론 강연이 끝난 뒤에는 역시 강연을 하기를 잘했다는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꼈다.

의뢰 받은 강연 제목은 「미래지향의 한일관계-간사이가 리드하는 한일우호」였다. 대상은 장학금을 받는 청년 장학생이라고 들었는데, 막상 가보니 20명 정도가 장학생이고 나머지 60여명이 장학회 대표를 비롯한 이사들과 민단 간부 등이었다.

강연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한반도와 간사이 지역의 관계를 돌아본 뒤, 최근 한일갈등의 상황과 원인을 살펴보는 식으로 진행했다. 그리고 고대부터 일본지역 중에서 한반도와 교류의 역사가 가장 오래되고 재일동포들이 가장 많이 살고 한국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간사이 지역이 이런 특징을 살려 한일 우호를 이끌어 가자고 말했다.

1시간 정도의 강연이 끝난 뒤 학생 등 5~6명이 적극적으로 질문도 하고, 자신의 의견도 밝혀 좋은 소통의 시간이 되었다. 특히 한 재일동포 참석자는 한일관계가 어렵지만 삶의 현장에서 ‘머리가 아닌 발로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는데, 전적으로 공감하는 말이었다.

장학회 관계자의 말로는, 총영사가 재일한국장학회에서 강연을 한 것이 처음이고, 강연회에 오사카 민단 단장을 비롯한 민단 간부들이 참석한 것도 처음이라고 했다. 이런 면에서 이날 강연회는 내용을 떠나 총영사관과 장학회, 장학회와 민단의 거리를 더욱 가깝게 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재일한국장학회는 한국전쟁 이후인 1956년 간사이 지역의 대학원생과 대학생이 주도가 되어 만들어 지금까지 800여명의 장학생을 길러냈다고 한다. 주로 간사이지역에 재학하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20명 정도에게 월 3만엔씩의 장학금을 주고 있다고 한다. 이 장학회는 재일한국계 문화단체로서는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데, 장학금을 기부한 사람이나 단체의 이름을 붙인 장학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이 장학회의 서용달 명예회장은 장학회 운영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최고의 훈장인 무궁화장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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