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단의 참가단체에 부인회가 있다. 애초 민단 안의 한 조직이었는데, 지금은 민단과 별도의 조직으로 부인회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부인회는 각종 민단 및 동포 행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각종 행사를 할 때 적극적으로 참석할 뿐 아니라 음식을 준비하는 등의 궃은 일도 도맡아 하고 있다.
민단의 간부들조차 부인회가 없으면 민단이나 동포 활동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 부인회 회원들은 활동의 전면에 나서는 경우는 드물지만, 뒤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활발하게 움직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부인회의 활동을 볼 때마다 궂은 일 마다않는 ‘한국 어머니의 힘’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론 활동에 비해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11월29일과 12월1일 하루 걸러 부인회 시가현본부(회장, 이미희)와 나라현본부(회장, 이명희) 창립 70주년 행사가 열렸다. 나도 두 행사에 모두 참석해, 축사를 했다.
70년이라는 오랜 긴 세월 동안 일본 사회의 차별과 억을 뚫고 지금 일본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자리 잡은 어머니들의 노고를 위로했다. 그리고 지금 재일동포 사회가 당면한 세대교체, 최근의 어려운 한일관계도 ‘어머니들의 불굴의 힘’으로 이겨내는 데 앞장서 줄 것을 당부했다.
두 행사에는 지역 민단 및 중앙 부인회 간부, 인근 지역의 부인회 간부들뿐 아니라 지역의 일본 지자체장과 일한친선협회 관계자 등이 참석해 축하를 해줬다. 시가 행사 때는 미카즈키 다이조 지사가 직접 와서 축사를 했다.
나는 축사에서 부인회의 업적을 기리고 역할을 당부하는 것 외에, 최근 타결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와 관련해서도 언급을 했다. 동포들이 매스컴에서 일방적으로 나오는 편향된 보도에 휘둘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또 참석자들이 지소미아와 관련한 정부의 생각을 직접 듣고 싶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소미아 관련한 대목은 미리 작성해 보내준 원고에 없는 부분이어서 한국말과 함께 일본어로도 직접 통역해 전달했다.
“최근 한일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1월22일 한일 정부가 더이상의 관계악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공동인식 아래 서로 한발씩 양보해 협정을 유지하기로 결정했고, 이로써 큰 고비는 넘겼다고 생각합니다.”
“양쪽의 매스컴에서는 이번 타협에서 누가 이기고 졌는가 하는 무익한 보도를 쏟아내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누가 이기고 진 것을 따지기보다 이번 타협을 계기로 더욱 바람직한 한일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서로 노력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체로 이런 내용의 얘기인데, 참석한 재일동포와 일본 사람들이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해 주었다.
두 행사는 모두 말미에 노래 공연 등 여흥행사도 했는데, 여느때와 다름없이 어머니들은 어깨를 둥실대며 흥겹게 놀았다. 어떤 고난과 슬픔도 이겨내는 힘을 다시 한 번 실감한 행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