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말, 간사이지역은 단풍이 절정을 맞이하고 있다. 그래서 가는 곳마다 마지막 단풍 구경을 하려는 인파들로 북적거린다. 시가현에 있는, 서울 면적과 맞먹는 크기의 비와호 주변도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었다.

28일 시가현에 행사가 있어 방문했다. 행사 시간보다 앞당겨 가서 시가현에 있는 한반도와 관련한 유물 몇 군데를 둘러봤다.

시가현은 고대시대부터 동해 쪽의 와카사지역으로 건너온 한반도 사람과 문물이 퍼져 있는 곳이라고 한다. 그러나 교토나 나라, 오사카에 비해 시가현과 한반도의 교류나 인연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우선 시가현의 현도인 오쓰시에 있는 오쓰시역사박물관에 7세기 초 한반도에서 온 사람들이 남긴 온돌 유적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박물관 건물 안에 있는 줄 알고 갔더니, 그렇지 않았다. 안내와 설명을 하러온 학예원을 따라가니, 온돌 유적은 박물관 건물 밑의 옥외에 전시되어 있었다.

일본에는 따뜻한 지역이어서 온돌 형태의 난방이 없었고 한국에서 발견된 형식과 비슷해, 한반도 출신 거주인의 유물이 확실하다고 한다. 이름도 한국의 온돌을 발음 그대로 가타카나로 적어 표시하고 있다. 이 온돌은 한반도 출신자들이 살았다고 하는 히에이산 산록의 아노우지역에서 발견된 것을 옮겨온 것이라고 한다.

학예원의 설명으로는 몇 개의 온돌 유적이 발견됐는데 이곳에 있는 것이 가장 완벽한 형태라고 한다. 7세기 초의 것으로 추정되는데, 처음 건너온 사람들이 만들어 쓰다가 해를 거듭하며 따뜻한 이곳 기후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후세들은 만들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건물 밖에 지붕을 만들어 보존을 하고 있었는데 좀 더 주의 깊게 관리, 전시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두번째 찾아간 곳은 오쓰시에서 1시간여 떨어진 히노초에 있는 귀실신사이다. 이 신사는 660년 백제가 멸망한 뒤 일본의 구원병과 백제의 부흥세력이 나당연합군과 백강(현재 금강)에서 싸우다 대패한 백강전쟁(일본서기에 ‘백촌강 전쟁’으로 기록)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당시 백강 전투에서 대패한 일본 지원군과 백제의 귀족들이 일본으로 철수했다. 그리고 나당 연합군이 일본까지 쫓아와 공격할까 두려워 당시 일본 조정은 수도를 나라에서 오쓰로 잠시 옮겼다. 그때 백제 출신 귀족들도 함께 시가현으로 따라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히노초에 있는 이 신사는 원래는 부동당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져 왔었다. 그러나 에도시대 말기에 이 신사 뒤편에 백강 전투 때 망명한 백제의 고관이자 뛰어난 지식인인 기실집사(기시츠 슈시)의 묘비가 발견되면서, 여러 논란 끝에 공식적으로 1955년 귀실신사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또 최근에는 귀실집사의 친족이었던 귀실복신(기시츠 후쿠신)이 충남 부여군 은산면 은산별신당에 모셔져 있는 것을 계기로, 히노초와 은산면이 1990년 자매결연을 맺고 교류를 하고 있다.

이 마을 주민으로 백제문화연구회 대표를 맡고 있는 우에다 요시카즈씨가 중심이 되어 귀실신사를 열심히 보존, 관리하며 한일교류를 이끌고 있다. 이날도 우에다씨의 안내와 설명으로 귀실신사를 둘러봤다.

그 뒤 우에다씨의 집에까지 가서 차와 함께 시가현의 특산인 후나즈시(붕어초밥)을 맛보았다. 후나즈시는 일본 스지의 원조로 알려져 있는데, 쉽게 말하면 한국의 홍어회와 비슷한 음식이다. 외국인이 이 음식을 먹을 수 있으면 어떤 일본음식도 먹을 수 있다고 할 정도로 독특한 냄새가 나는 발효음식이다. 비와호에서 나는 붕어를 소금에 절인 뒤 밥과 함께 1년 가까이 숙성, 발효시켜 만든다고 하는데 일본 사람도 냄새 때문에 못먹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나는 몇 달 전 약한 것을 먹어본 적이 있어 용감하게 몇 점을 먹었다. 더구나 우에다씨 집에서 직접 만든 것이라고 하니 더욱 도전심이 생겼다. 발효음식의 특성이 다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처음보다는 회를 거듭할수록 깊은 맛을 느끼게 되면서 중독에 빠지는 것 같다.

혹시 시가현에 갈 기회가 있으면 한국과 관련한 유적 탐방과 함께 시가현 전통의 발효음식인 후나즈시에도 도전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