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6일 교토의 이비총(미미하나츠카)에서 제13회 이비총위령제가 열렸다. 한국의 사단법인 겨레얼살리기운동본부가 2007년부터 매년 열어오고 있는 행사이다.
나는 추도사를 하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참석했다. 구름 한 점 없이 쨍쨍한 날씨는 지난해와 다름없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지난해보다 한일 정부 사이의 관계가 더욱 나빠졌다는 것, 그리고 겨레얼살리기운동본부의 이사장이 박성기씨에서 박재희씨로 바뀌었다는 정도였다. 참석자들도 지난해와 비슷하게 한일 양쪽에서 200명 정도가 참석했다.
이곳의 위령제는 겨레얼살리기 본부가 주최하기 때문인지, 한국식의 제사로 치러지는 것이 특색이다.
이날의 위령제는 한일 갈등의 영향이 있는 듯 처음에는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러나 제사와 헌화를 마치고 음복하는 순서가 되자 좀 부드러운 분위기가 되었다. 참석자들에게 한국에서 가져온 막걸리를 음복술로, 안주로 젯상에 있던 대추와 곶감, 육포 등을 안주로 돌리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나는 추도사에서 1600년에 이르는 한일교류의 역사에서 우호의 시기도 고통과 슬픔의 시기도 있었지만 우호의 시기가 압도적으로 길었음을 상기한 뒤 이비총은 그 가운데 고통과 슬픔을 대표하는 단면임을 지적했다. 그리고 선조들이 이런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극복해온 것을 교훈으로 삼아 지금의 갈등을 극복하고 좋은 이웃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참석자들이 어느때보다 나의 추도사에 귀를 기울이는 게 느껴졌다.
새이사장으로 이번 행사에 처음 참석한 박재희 이사장은 내년부터는 이 행사가 더욱 의미 있게 진행되도록 내용과 형식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내년엔 어떤 변화가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