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 시인 윤동주 기억과 화해의 비 건립 2주년 기념식

10월 26일(토) 오전에 교토부 우지시에서 ‘시인 윤동주 기억과 화해의 비’ 건립 2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시비는 아마가세댐 밑의 하코다리 근처, 우지강과 시즈카와가 만나는 10평 정도의 자투리 땅에 세워졌다.

나는 부임 첫해 열린 지난해 1회 행사에 이어 올해도 참석했다. 일본인들이 주도한 시비 건립위원회가 주최하는 행사로 일본 시민과 교토 민단 관계자를 비롯한 재일동포들이 참석하는 소규모 행사이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해 행사보다 몇 가지 발전한 것이 눈에 띄었다.

일단 시비가 세워진 장소의 주변이 잘 정비가 되었다. 시비는 도로보다 1~2미터 낮은 곳에 세워져 있는데, 원래는 계단도 없었다. 그래서 도로에서 시비가 있는 곳까지 경사지게 만들어 놓은 흙길을 미끌어지듯 내려가야 했다. 이런 이유로 미관도 좋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불편한 사정을 안 교토 민단이 2주년 행사 전일까지 계단을 새로 만들고 시비 주위도 잔돌로 말끔하게 깔아 누구가 안전하게 방문할 수 있게 정비해 놨다. 사실 이곳을 정비하는 것은 돈 문제보다도 시비가 세워진 땅이 일부는 마을, 일부는 시 소유로 되어 있어 그들의 허락을 얻는 게 큰일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민단에서 적극적으로 당사자들을 찾아다니며 허락을 얻어, 2주년 전날까지 정비공사를 마쳤다고 한다. 공사를 하면서 계단 옆의 경사지에는 무궁화 나무 한 그루도 심어놨다.

두 번째 변화는 지난해보다 참가 인원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는 많아야 50명 정도 였는데, 올해는 지역 출신 의원 2명까지 포함해 70명이 넘는 사람이 참석했다. 더욱이 의미가 있었던 것은 윤 시인이 다녔던 도시샤대학과 같은 계열의 도시샤중학에 다니는 학생 3명이 참석해 윤 시인의 시도 낭송하고 추모 발언도 했다. 한 학생은 “‘나는 관계 없기 때문에’라든가 ‘내가 무엇을 하더라도 바뀌 않으니까’라고 생각하지 않고, 윤동주 시인과 같이 자신이 생각한 것을 밖으로 발신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해 참가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 행사는 개회선언과 묵념, 주최자 인사, 헌화, 참가자 대표 인사말에 이어 서시, 공상, 새로운 길 등 세 편의 윤 시인 시를 한국말과 일본말로 낭송하고, 마지막에 윤 시인이 즐겨 부렀다는 아리랑을 제창하는 것으로 끝났다.

지난해보다 올해의 행사가 눈에 띄게 발전한 것을 보고, 우지의 윤동주 시비가 새로운 문화 상징이 되리란 예감이 들었다.

윤 시인의 시비는 우지역(제이알 또는 게이한)에서 내려 아마가세댐 방향으로 걸어서 40여분 되는 곳에 있다. 아직 표지판이 없어 찾아가기 불편하지만, 구글지도에 ‘시인 윤동주 기억과 화해의 비’를 치면 위치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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