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3돌 한글날을 이틀 앞둔 10월7일 저녁, 오사카총영사관이 주최하는 한글날 기념 리셉션이 오사카 제국호텔에서 열렸다.
오사카총영사관은 이제까지 10월3일 개천절을 기념하는 리셉션을 해왔다. 그런데 올해는 한글날 기념으로 리셉션 날을 바꾸어 개최했다. 가장 큰 이유는 일본 사람들에게 몇 천 년 전 신화시대의 개천절 유래를 설명하는 것보다 우리나라의 가장 자랑스런 발명품 중 하나인 한글을 설명하는 것이 더욱 쉽고 의미가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는 최근 좋지 않은 한일관계에도 불구하고 역대 행사 중 가장 많은 70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 구성도 다양했다. 과거와 달리 일본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왔고, 동포들도 소속이나 나이면에서 매우 다채로웠다. 지난 6월 말 문재인 대통령과 동포간담회 때 눈에 띄었던 다양성과 개방성이 이날 행사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숫자만 보면, 접수대에 명함을 놓고 간 사람을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무려 100명 이상이 많았다. 직원과 가족, 그리고 명함을 놓지 않고 참석한 사람까지 감안하면 족히 800명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참석 규모에 다른 나라의 총영사들도 “대단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일본 쪽 참석자들도 한일관계가 얼어붙어 있는 상황인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고, 위축됐던 재일동포들도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개인적으로는 어려운 한일관계 속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온 것은, 한일교류의 폭과 깊이가 정부관계에 좌우되지 않을 정도로 넓고 깊은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본다. 또 이런 때일수록 많이 참여해 한일관계가 개선되도록 힘을 모아주자는 열망도 반영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실제 일본 쪽 참석자들의 면면을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명사들보다 풀뿌리교류를 이끌고 있는 중간 지도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올해는 식전 행사로, 한국에서 세한대 태권도팀을 초청해 격파 및 품새 시범 공연을 했다. 그런데 이것이 대박을 쳤다. 주로 격파를 중심으로 20분 정도 진행된 시범에서 이들은 2~3미터 높이의 고공 격파, 연속 격파, 눈감기 격파 등의 고난도 기술을 과시하며 참석자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무대 앞까지 깨친 송판 조각이 날라다니는 임장감과 박력 만점의 동작과 함성에 모두 넋을 잃은 듯했다.
올해 리셉션은 ‘어려운 한일관계 속에서도 의미 있는 교류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려고 생각했는데 대체로 맞아떨어진 듯하다. 나의 인사말과 오용호 오사카 민단 단장의 축사에 이어 일본 쪽 축사자로 나온 미카츠키 다이조 시가현 지사는 시가현과 한반도와의 고대시대로부터의 인연, 이수현씨의 죽음, 2002 월드컵 공동개최, 지난해 평창올림픽 때 이상화-고다이라 선수의 우정을 거론하며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2017년 말 조선통신사의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록에 큰 기여를 한 나카오 히로시 교토조형예술대 객원교수가 건배제의자로 나서 시가현 출신의 에도시대 조선 전문외교관 아메노모리 호슈의 ‘서로 싸우지 않고 속이지 않고 진실을 바탕으로 사귀여야 한다’는 성신외교의 정신을 강조했다. 그리고 한국 사람은 ‘간빠이’, 일본사람은 ‘건배’로 서로 말을 바꿔 건배를 하자고 제의해 흥을 돋구었다.
무대 위 행사가 끝나고 참석자들은 2시간 가까이 불고기와 잡채, 막걸리 등의 한국음식을 즐기며 서로 대화를 나누다가 아쉽게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