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10월 6일엔 교토시 국제교류회관에서 민단교토부 본부 주최의 연례행사인 ‘2019 교토 코리아페스티발’이 열렸다. 이 행사는 교토부에 사는 재일동포와 일본인이 함께 교류하는 가장 큰 행사이다.
올해 행사는 지난해보다 선선하고 바람도 약간 있는 화창한 날씨여서인지, 지난해보다 참가자가 배 이상이 되는 것 같았다. 민단 각 지부와 부녀회가 운영하는 한국음식 매점(지지미, 김밥, 떡볶이)은 분주했고, 한국의 미속놀이인 공기와 윷놀이를 체험하는 곳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적어도 이곳에서는 한일관계가 아주 나빠서 걱정이란 말이 실감나지 않았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늦게까지 진행된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 및 국서 교환식이었다. 나는 부임 첫해인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사로 분장해, 행렬에 참석했다.
오전 일찍 회장으로 가 옷을 갈아입고 분장을 한 뒤, 오전 11시부터 1시간 정도 진행한 행렬을 했다. 국제교류회관을 출발해 헤이안신궁 앞을 돌아오는 코스이다. 오사카의 민족학교인 건국학교 전통예술부의 신명나는 풍물을 앞세우고, 한복의 부채춤 집단, 통신사 행렬, 한복과 당시의 일본 복장 등을 한 사람들이 뒤따르는 수백미터 길이의 행렬이다. ‘일본 속의 한국’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이색적인 분위기에 끌린듯 지나가던 일본 사람들과 외국 관광객들도 멈춰서 행렬을 카메라에 담는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보다 기온은 좀 낮아졌고 바람도 약간 불었지만, 1시간 이상 뙤약볕에 노출된 채 이동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행렬이 끝난 뒤는 정사로 분한 나와 교토소사대로 분한 니노유 사토시 교토부 일한친선협회 이사장(참의원 의원)이 서로 국서를 읽고 교환했다. 나와 니노유 이사장은 약속이라도 한듯이, 한일관계가 어려운 지금이야말로 조선통신사의 정신과 뜻을 살려 교류를 더욱 활발하게 하자고 말했다. 그리고 행사에 참석한 양쪽의 귀빈들과 함께 우호의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밖에도 어린이태권도, 부인합창단, 케이팝커버댄스 공연이 한일 양쪽의 활발한 참여 속에 이루어졌다.
행사를 준비한 민단 관계자들은 한일관계가 어려운 속에서 성공적으로 행사가 치러진 것에 매우 만족해 했다. 나도 어느때보다 가뿐한 마음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