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5일, 교토시에 있는 교토공예섬유대학에 갔다. 교토대학, 교토교육대학과 함께 교토시에 있는 세 국립대학 가운데 하나이다. 참고로 교토시엔 4년제 대학 33개를 포함해 모두 44개의 대학이 있다.
이 학교는 이름만 보면, 어떤 성격의 대학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공예’와 ‘섬유’의 조합이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하지만 ‘Kyoto Institute of Technology’이란 영어 이름을 보면, 개념이 분명하게 잡힐 것이다. 쉽게 말해, 특성화 공대라고 보면 된다. 공대이지만 디자인과 건축 등의 예술성이 강하다고 하면 적절할 듯하다.
이 학교가 ‘공학과 예술의 융합’을 강조하고 있는 데서도 그 성격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이 학교가 공예와 섬유라는 단어를 버리지 못하는 것은, 교토섬유전문학교(1899년 설립)와 교토공업전문학교(1902)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학부생 2660명, 대학원생 1085명, 교직원 560명 규모의 대학이다. 세계 각 대학과 교류도 활발하다. 30개 나라에 100개의 학교와 학술교류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부산대, 영남대, 한양대, 수원대, 경남과기대와도 교류협정을 맺고 있다.
모리사코 기요타카 학장은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추구하는 게 우리 학교의 특징”이라면서 “학부생이 대학원을 진학하는 것을 전제로 4학년 때부터 대학원 연구과정에 참여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즉, 많은 학생이 사실상 의대나 약대처럼 6년 과정의 학업을 하는 것으로 보면 될 듯하다.
모리사코 학장은 “학생들이 머리가 굳기 전에 외국학생 또는 외국문화와 접하면서 다양성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고, 이런 과정을 통해 창의성도 길러진다”면서 최근 한일관계가 나쁘지만 대학과 학생 사이에 두 나라의 교류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어 장기적으로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면에서 보면, 대학은 양국 사이의 교류를 지켜주는 보루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마침 교토에 간 김에, 재일동포가 운영하는 두 미술관도 들렸다. 고 정조문씨가 만든 고려미술관에서는 마침 9월1일부터 연말까지 ‘돌 문화와 조선민화’라는 기획 전시를 하고 있어 정씨의 아들이자 미술관 전무인 희두씨의 설명을 들으며 둘러봤다. 또 왕청일씨(교토민단 상임고문)가 그동안 수집한 남북한 및 재일 작가 등의 그림과 고려자기 등을 전시하기 위해 지난해 말 개관한 ‘교토왕예제미술관’에도 들렸다. 아직 2천여점의 소장품 중 극히 일부만 전시실에 나왔는데, 앞으로 본격화할 전시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