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6월16일, 재일동포 시인 김시종씨의 탄생 90년과 도일 7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심포지움 ‘월경하는 언어’가 열렸다.
김 시인의 초대를 받아, 나도 참석했다. 마침 장소가 집과 가까운 오사카대학 나카노시마센터에서 열려, 점심을 먹고 슬슬 걸어갔다. 오후 2시부터 심포지움이 시작했는데, 30분 전부터 김 시인을 좋아하는 일본인, 재일동포들이 회의장을 메우고 있었다.
김 시인은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재일동포 시인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지고 평가받는 시인이다. 대학에서 그의 시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 나왔고, 지금 박사학위 논문을 쓰고 있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김 시인의 명성은 일본에서보다 한국에 덜 알려진 편인데, 수년 전부터 그의 시와 에세이 등이 활발하게 번역 출판되고 있다.
김 시인은 제주 4.3 사건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인연을 갖고 있다. 일본에서 4.3사건과 관련해, 소설가로 <화산도>를 쓴 김석범이 있다면, 시인으로는 김시종을 꼽을 수 있다. 4.3 사건에 관여했던 김 시인은 1949년 5월26일 제주도에서 밀항선을 타고 일본으로 건너왔다고 한다. 6월6일께 고베 근처의 해안에 도착했는데, 심포지움 날짜를 일본 도착일과 비슷하게 잡았다고 주최 쪽은 설명했다.
이날 심포지움은 일본어로 시를 쓰는 재일한국인 시인 김시종의 시 세계를 ‘변경’이라는 관점에서 다각적으로 살펴보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젊은 재일시인 장정씨는 “김 시인의 시가 나의 버팀목이 됐다”면서 ‘재일한국인 언어로서의 일본어’에 주목했다. 일본인의 일본어가 아닌 재일한국어로서의 일본어로 쓰는 시가 일본에서도 남북한에서도 벗어난 독특한 시세계를 형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심포지움 말미에 김 시인이 과거 역사를 외면하는 일본의 현실을 비판하는 강연을 하고, 자작시를 몇 편 낭송했다. 90살의 나이에도 힘찬 목소리로 간간이 위트를 섞어 얘기를 이어가자, 청중들도 박수로 호응했다.
나는 심포지움 시작 때 인사말을 통해 김 시인을 처음 만났을 때 받은 <조선과 일본에 살다>는 책의 한국어 판에, 김 시인이 ‘항상 고향이 바다 건너편에 있는 자에게, 어느새 바다는 소원으로밖에 남지 않는다’라는 글을 써 주었는데 앞으로는 그 소원이 바다 건너 고향에 도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 시인의 존재, 시, 말이 얼마나 세상을 자극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느낀 행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