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첫 주말인 1일과 2일은 시가현으로 1박2일 출장을 다녀왔다. 2일 열린 시가현 민단 창립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는 김에 하루 먼저 현지에 가, 한반도와 깊은 인연이 있는 절 두 군데(곤고린지, 햐쿠사이지)를 탐방했다.
오사카총영사관 담당 지역인 2부3현(오사카부, 교토부, 나라현, 와카야마현, 시가현) 가운데, 올해 창단 70주년을 맞는 지방 민단이 나라, 와카야마, 시가현 민단 세 곳이다. 나라와 와카야마는 이미 11월에 기념식을 했고, 시가 민단이 마지막으로 12월2일 행사를 했다. 다른 두 지역은 지난해 70주년이었다.
시가 민단은 단원이 4천명 정도 되는, 비교적 작은 조직인데 알차게 행사를 준비했다. 특히, 이곳이 조선통신사와 깊은 관련이 있는 점에 착안해 연 ‘조선통신사 심포지엄이 눈에 띄었다.
시가현은 12차례의 조선통신사 가운데 10 차례나 경유한 곳으로, 숙박지와 휴식처에 통신사 일행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조선통신사가 지나간 길을 표시하는 ‘조선인가도’의 표석도 있고, 옛길도 곳곳에 그대로 있다. 또 하나 이 지역과 조선통신사의 인연은 조선통신사와 깊은 관련이 있는 인물인 아메노모리 호슈가 이곳 출신이라는 것이다. 그의 탄생지인 시가현 나가하마시 다카쓰키쵸에는, 그를 기념하는 아메노모리 호슈암이 있다. 그곳에 보관돼 있는 책과 기록 등이 지난해 말 조선통신사 기록이 유네스코 기록유산에 등록될 때 대거 포함됐다.
민단 쪽은 행사장 입구에, 시가 지역에 있는 조선통신사 기록물을 판넬로 만들어 전시했다. 동포들도 이런 사실을 처음 접하는 듯, 행사 틈틈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일본의 최단기 총리 기록을 가지고 있는 시가 출신 우노 소스케 집안이 가지고 있는 조선통신사 시문도 전시되어 눈길을 끌었다.
시가 민단 쪽은 조선통신사를 비롯해, 고대 시대부터 한반도와 교류가 왕성했던 지역의 특성을 살려 민간 차원의 교류를 활성화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강제징용 판결로 한일 관계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미카즈키 다이조 시가현 지사를 비롯한 일본의 유력자들도 많이 참석해, 민단 70주년을 축하해줬다.
나는 하루 전날 백제 또는 그 이전부터 한반도와 관련이 깊은 햐쿠사이지(백제사)와 곤고린지(금강륜사)를 방문해, 주지스님으로부터 한반도와 두 절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흔히 일본에서는 백제라고 한자로 쓰고 ‘구다라’라고 읽는데, 이곳은 한자음 그대로 읽고 있는 데서도 백제와 인연의 깊이를 알 수 있다. 곤고린지는 백제계인 행기 스님이 창건했는데 이 절 자리가 그 이전부터 이곳에 영향력이 컸던 도래인 하타씨의 기도 장소였다고 전해진다고, 이 절의 주지 스님은 설명했다.
시가현은 교토나 나라만큼 한국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고대는 동해 쪽에서 건너온 한반도 도래인들이 여러 문화를 전파했고, 조선 시대엔 조선통신사의 주요 행로였을 정도로 한반도와 인연이 넓고 깊다. 이런 사실을 더욱 깊게 알게 된 1박2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