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8 오사카시 이쿠노구 미유키모리소학교 민족학급 30주년 기념식

11월의 마지막 날인 30일엔 재일동포가 많이 몰려 사는 오사카시 이쿠노구에 있는 미유키모리소학교 민족학급 개설 3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기념식에 이어 바로 민족학급 학생들의 학예발표회도 있었다.

나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 우리 문화, 우리 말, 우리 역사를 가르치고 배우는 민족교육 관계자들을 격려하는 뜻에서 기념식에 참석했다. 개별적인 내빈 소개나 내빈 축사도 없이, 순수하게 학교 관계자 중심으로 진행되는 행사이지만 한국 총영사의 참석이 이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되길 바라며 기꺼이 자리를 함께했다.

미유키모리소학교는 전체 학생 100여명 가운데 70% 정도가 한국의 뿌리를 가지고 있고, 한국 또는 조선적의 학생은 10명 정도라고 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학년마다 한 학급씩 민족학급이 설치되어 있고, 여기서 학생들이 일주일에 한 시간씩 우리 것을 배운다. 민족학급 수업만을 담당하는 상근교사도 있다.

상근교사도 없이 시간강사로 운영되는 다른 학교의 민족학급에 견줘 형편이 좋지만,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고 한다. 30년 전 민족학급 개설 때에는 자녀들에 우리 것을 가르쳐 주길 바라는 부모들이 돈을 모아 민족학급 강사 월급을 지원하는 것으로 시작됐다고 한다.

이 학교에서 20년간 민족학급을 담당해온 홍우공 선생은 민족학급 개설을 위해 노력한 10년을 더하면, 30주년이 아니라 40주년이라고 하는 게 맞다면서 감개의 눈시울을 보였다.

이러던 것이 학부모들의 민족교육 강화 요구운동에 힘입어 상근교사를 두는 민족학급으로 발전되었다. 그리고 2012년에는 민족학급 활성화 등의 덕택으로, 유네스코학교로 인정되었다. 유네스코학교란 유네스코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평화와 국제연대를 실천하는 학교를 말한다.

선생님들이 깜짝쇼로 연출한 아리랑 노래에 맞춘 사물놀이 등을 끝으로, 학생들의 발표회가 바로 이어졌다. 그러나 다음 약속 때문에 발표회 첫 부분만 보고 나와야 했다. 첫 발표는 2, 3, 5, 6년 학생이 사물놀이와 부채춤, 연극 등을 함께 섞어 펼쳤는데,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과연 한국에 있는 학생도 그 정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마음껏 우리 것을 과시하는 어린 학생들을 뒤로 하고 아쉽게 학교 문을 나섰지만, 민족교육의 의미를 다시 깊게 생각하게 한 하루였다. 아마 보지 못하고 나온 발표들도 감동적이었을 게 틀림없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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