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3일(금)은 일본의 ‘근로감사의 날’로, 공휴일이다. 그래서 23일부터 3연휴였다. 이 기간을 이용해, 간사이지역의 민족학교(건국학교, 금강학교, 교토국제학원)와 민족학급 교사를 비롯한 민족교육 관계자 연수회가 1박2일 열렸다. 나도 참석했다.
이 지역에 있는 한국과 관련한 역사 유적을 탐방하고, 조선통신사 등과 관련한 강의를 듣는 조밀한 일정이었다. 첫날인 23일은 교토부 우지시의 우토로 마을과 에도 시대에 조선과 성신외교를 주창했던 아메노모리 호슈의 고향에 있는 호슈암을 견학하고, 저녁 때 숙소에서 특강을 들었다.
둘째 날은 2차대전이 끝난 뒤 귀국하다가 배가 폭침하는 바람에 549명이 숨진 우키시마마루 폭침 사건의 현장과 조선인 강제노동자 등이 인간 이하의 조건에서 일하던 단바망간기념관을 견학했다. 이동 중에는 버스 안에서 영화 <박열> 등을 비디오로 관람하며 연수 분위기를 돋궜다.
나는 단바망간기념관 외에는 이미 가본 적이 있어, 첫 일정부터 합류하지 않고 바로 후쿠이현의 쓰루가에 있는 숙소로 직행했다. 숙소에 도착하니, ‘살아 있는 조선통신사 사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나카오 히로시 교토조형예술대학 객원교수가 ‘조선통신사의 역사에서 배우는 한일관계 전망’ 특강을 시작할 찰나였다.
나카오 교수는 임진왜란 직후 양국이 대규모 외교 문화 사절단을 보내고 받은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 현재의 한일 갈등을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
나는 ‘민족교육 왜 중요한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나는 민족교육이, 1. 재일동포 사회의 거점 2. 재일동포 사회와 한국을 이어주는 탯줄 3. 한국과 일본의 가교 역할 4. 다문화 공생을 이끌 세계시민의 육성 5. 세대교체기에 든 재일동포 차세대 육성의 다섯 가지 점에서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고국에 돌아갈 준비와 일본사회의 차별에 맞서는 차원에서 시작한 민족교육이, 이제는 시대변화에 맞춰 일본사회에 정착해 잘살기와 다문화공생에 더욱 힘을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진 저녁 시간엔 건배사를 빙자해 각자의 생각을 말하는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
24일은 아침 식사 뒤 마이즈루의 우키시마마루 폭침 현장에서 멀지 않은 순난비가 세워진 곳으로 가, 현지 시민으로 구성된 추도회 관계자로부터 바다를 보면서 당시 상황과 추도회의 활동 등에 관해 얘기를 들었다. 이어 폐쇄된 망간광산을 이용해 만든 단바시의 단바망간기념관을 방문했다.
재일동포 2세로 관장을 맡고 있는 이용식씨는 “이곳이 일본에서 유일한 강제동원 기념관일 것”이라면서 “일본 정부의 돈을 하나도 받지 않고 가족의 힘만으로 강제노동의 현장을 기념관으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이 유일하게 내가 가 본 적이 없는 곳이었는데, 시설을 잠시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우리 선조들이 인간 이하의 조건에서 살았구나 하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빡빡하고 무거운 1박2일의 연수였지만, 참가자 모두 역사에서 재일동포의 삶을 배우는 귀중한 기회였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