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 10월4일, 일본에서 번역 출판되었다. 일본의 대표적인 인문학술 출판사인 이와나미서점이 출간했다. 2011년 펴낸 책이고, 1년 전에 중국에서도 번역 출판 된 것을 생각하면 늦은 셈이다. 더구나 일본은 한국과 가장 가까운 나라이면서 출판 대국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최근 이 책과 관련해, 세 번의 조우를 했다. 첫번째는 10월25일 전현직 일본 언론인을 대상으로 ‘문재인 정권의 평화구상과 한일관계’에 관해 강연을 할 때였다. 도쿄에서 온 전 서울특파원 출신의 한 분이 나한테 책을 보여주며 “내용이 아주 좋다. 일반 일본시민들이 문 대통령을 잘 모르고 오해도 많은데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두번째는 10월 말 한 일본 기자와 만났는데, 그가 선물로 이 책을 주었다. 한국 책은 읽었겠지만, 일본에서 나온 한국 대통령 책이어서 주고 싶다고 해, 선뜻 받았다. 책 띠지에 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의 “못다 이룬 꿈을 이루려고 하는 운명의 인물 문재인” 이라는 글과 함께, 북한에 납치되었다가 돌아온 납치자 출신의 하스이케 가오루 니가타산업대 부교수의 글이 쓰여 있는 게 눈에 띄었다. 하스이케 교수는 “그(문재인 대통령)의 인생에 한국 격동의 역사가 응축되어 있다”고 말했다. 납치 일본인의 한 사람인 그가 말하는 ‘한국 격동’이란 과연 무엇일까?
우연이란 각자 떨어져 오기도 하지만, 한꺼번에 몰려서 오기도 하는 모양이다. 11월3일 자 <아사히신문> 서평란에, 이 책 서평이 크게 실려 있었다. 사토 쥰이치 와세다대학 정치학 교수는 서평 말미에 “문 대통령은 지금 북한과 신뢰관계를 쌓으려고 이니셔티브를 발휘하고 있는데, ‘사람이 먼저’라는 처음의 동기 부여가 실효적인 정책으로서 결실을 거둘까”라면서 “임기가 끝난 뒤 이어질 속편을 기대한다”고 썼다.
이 책이 많이 팔려, 일본사람들이 다소 생소하게 느끼는 문 대통령의 생각과 정책을 아는 데 일조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