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순, 간사이 지역의 날씨는 최고이다. 맑은 하늘에 최고기온이 22, 3도 전후. 야외행사를 하기에 가장 좋은 날씨다. 10월 초까지 마음을 놓지 못하게 했던 태풍 소식이 아득히 먼 일처럼 느껴지는 나날이다.
이런 날씨 때문인지 요즘 주말마다 행사가 많다. 20일(토)은, 오사카총영사관과 민단 오사카지방본부가 공동주최하는 ‘한일 우호친선 다문화공생 페스티발’이 있었다. 21일(일)에는 올해로 45회째를 맞는 사카이시의 사카이마츠리가 있었다. 모두 재일동포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행사이다. 나도 두 행사에 모두 참석했다.
오사카의 다문화공생페스티발은 ‘재일동포의 수도’로 불리는 오사카답게 1천명 이상 들어가는 회장이 재일동포 등으로 꽉 찼다. 오사카 지역 출신 일본 의원들도 10명이나 참석했다. 오후 5시부터 3시간 동안, 일본 청소년과 한국 청소년, 한국에서 온 국악 퓨전 뮤지컬팀 ‘판타스틱’이 열기 속에서 공연을 했다. 특히 오사카에 있는 민족학교인 건국중고등학교의 전통예술부가 펼치는 사물놀이 등 전통놀이 공연은 청중을 압도했다. 참석한 일본 지인들도 모두 그들의 박력 넘치는 공연에 찬사를 보냈다.
사카이마츠리의 하이라이트는, 사카이 역사를 시대별로 구분해 펼치는 가장행렬 행사이다. 그런데 이곳의 행렬 가운데에서도 가장 길고 박력 있고 눈길을 끈 행렬이 조선통신사, 전통무용팀, 태권도 팀 등으로 구성된 한국 행렬이었다. 나도 행렬이 지나는 길가인 베트남총영사관 앞에 설치된 연단에서 한국팀 행렬을 보고, 벌떡 일어나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타케야마 오사미 사카이시장도 재일한국인의 협력으로 마츠리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일본 사회의 마이너리티 중에서 머조리티를 차지하는 재일동포의 존재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도 매우 중요하다. 한국으로서는 이들이 한일을 연결해 주는 튼튼한 다리이고, 일본에겐 이에 더해 재일한국인과 잘 지내는 것이 일본이 성공적인 다문화공생사회로 가는 시금석이자 첫걸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