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9 한일공동선언-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한일파트너십 발표 20주년

올해는 「한일공동선언-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한일파트너십」(일명,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이 발표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정확하게는 20년 전 10월8일 선언이 발표되었습니다.

이 선언은 일본이 처음으로 한국을 대상으로 과거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하고, 한국이 전후 일본이 국제사회의 발전에 공헌한 것을 평가한 토대 위에서 미래를 위해 협력을 강화해 나아기로 한, 역사적 문서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한일관계가 역사인식을 둘러싼 갈등으로 나빠져 있는데다, 최근 한반도 정세의 급변으로 양국협력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때여서 이 선언의 의미와 가치가 더욱 조명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양국에서 공동선언 20년의 계기를 살려, 한일 우호협력관계를 재구축하자는 정부, 정계, 학계. 시민사회의 움직임도 올 하반기 들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아베 신조 총리도 9일 도쿄에서 열린 기념 심포지움에 참석해, 치즈 떡볶이와 케이팝을 거론하며 ‘제3의 한류붐’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오사카총영사관도 12일, 교토의 리츠메이칸대학에서 한국정치학회(회장, 김의영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일본정치학회(회장, 사이토 준이치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와 공동으로, 기념학술회의를 열었습니다. ‘급변하는 동아시아의 정세와 새로운 한일관계’를 주제로 약 5시간 동안, 급변하는 동아시아 정세를 분석한 뒤(1세션), 공동선언 이후 한일관계를 평가하고(2세션), 가치와 과제를 통한 새로운 한일관계를 모색하는(3세션 라운드테이블) 자리를 가졌습니다.

동북아 정세를 보는 시각 등에 관해 한일 학자 사이에 시각 차이도 드러났지만, 매우 의미 있는 모임이고 생각의 교류마당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가장 큰 의미는 일본에서 한국과 가장 인연이 깊은 간사이지역에서 수준 높은 한일의 지적 교류가 이뤼진 것입니다. 간사이지역은 한국에 관한 관심의 크기에 비해, 이제까지 한일 사이의 지적 교류에서 소외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갈증이 있었기 때문인지, 청중들의 집중력은 감탄할 만큼 대단했습니다. 또 양국을 대표하는 정치학자들의 모임인 정치학회가 조직적으로 결합해 학술회의를 열었다는 것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비슷한 모임이 지속, 정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저는 회의 참가자 구성에 있어서, 한일관계 전문가만이 아니라 미국 중국 유럽 등의 지역정치, 정치사상, 정치이론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첨석한 것도 아주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세계화시대의 한일관계 해법은 한일관계에만 집착해선 풀 수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또 많은 학자들이 개념에 동의하기 어려운 ‘가치 공유’보다는 쉽게 의견을 모을 수 있는 실용적인 ‘과제 공유’를 중심으로 협력을 모색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현실적인 제안이 아닌가 봅니다.

이런 것이 차곡차곡 쌓이고 쌓여, 한일우호의 잠재력이 큰 간사이지역이 한일우호의 최첨단 발신지로 깨어났으면 하는 게 저의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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