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5일, 금요일에는 독일총영사관에서 주최하는 ‘독일 통일기념일 리셉션’에 참석했다. 원래 독일의 통일기념일은 10월3일인데, 왜 5일에 행사를 했는지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나라와 관계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10월3일 개천절에 국경일 리셉션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행사 날이 겹친다. 그래서 많은 나라에서 독일의 공관과 협의해서, 한해는 우리나라, 다음에는 독일이 10월3일에 행사를 하는 걸로 조정을 한다. 오사카의 경우도 작년엔 독일이 제 날에 행사를 했고, 우리는 하루 당겨 2일에 했다. 주재국의 초청 손님이 분산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신사협정이다.
나는 공관장 초년생이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국의 국경일 리셉션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 우선 초보자로서 개인적으로 배울 점이 많다. 손님 접대는 어떻게 하는지, 연설에선 무엇을 강조하고, 손님들은 어떤 때 잘 반응을 하는지 등을 두루 살필 수 있다. 공관으로서도 다른 공관에서 하는 좋은 점과 손님들이 적극 반응하는 것을 눈여겨 보고 응용할 필요가 있다.
내가 상대방 행사에 얼굴을 보여줘야 상대도 우리 행사에 오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이런 행사에 가서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미 알고 있던 지인이 자신의 지인들을 소개해주면서 인맥이 조금씩 넓어짐을 느낀다.
어떤 때는 힘들게 노력해서 만나고 싶었던 사람인데 이런 과정을 통해 쉽게 연결되기도 한다. 또 우연히 예기치 않은 사람을 사귀는 경우도 있다. 이날 행사에서도 어떤 부인이 동료 부부 몇쌍의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해 찍어줬는데, 내가 한국총영사인 줄을 뒤늦게 알고 당황하는 그들과 한참 얘기를 나누는 기회가 됐다.
독일의 행사에서는 리셉션장 식탁 위에 소형 독일 연방기를 올려 놓은 점, 입구에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지역의 사진을 판넬로 전시한 점, 건배를 건배사를 하는 사람과 독일총영사 부부가 단상에 같이 올라 한 점이 눈에 띄었다. 또 둘 다 연설이 길긴 했지만, 말하는 사람을 주최 쪽 인사말과 건배사로 최소한 것도 주목할 만했다.
또 한가지는 리셉션 때 주재국 국가 연주인데, 대부분의 나라들은 자국과 주재국의 국가를 부르거나 연주한다. 이번 독일의 경우는 부르지 않고 관현악단이 양국의 국가를 연주만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행사장에 양국의 국기를 걸어놓거나 배치하지만, 일본 국가를 부르거나 연주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국가도 부르지 않는다. 나는 일본과 복잡미묘한 관계 때문에 우리나라만 이런 식으로 행사를 하는 줄 알았더니,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중국도 9월28일 건국기념일 리셉션을 했는데, 양국의 국가 제창 없이 행사를 해서 알게 되었다.